[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메모리 생산시설 투자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발언의 의미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SK하이닉스 공장 유치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SK측은 구체적으로 추진 중인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해외 생산 거점을 폭넓게 검토하는 과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미국이 관세를 앞세워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의 현지생산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공개적인 투자 발언이 추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지난달 15일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 회장은 지난달 31일 <블룸버그통신>에 일본의 전력과 용수 등 생산 여건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아사히신문>에는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와의 공동 생산도 “하나의 선택지”라고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는 SK하이닉스의 현지 공장 건설이 구체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일본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공장 유치를 제안했고, 연내 투자 방향이 나올 수 있다는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SK 측은 “최 회장이 일본 합작공장 설립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없으며, 현지 투자 여부를 묻는 질문에 검토가 끝나면 알리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을 뿐”이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투자 규모와 시기, 생산 제품, 후보 지역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해외 생산 거점을 폭넓게 검토하는 과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구체화하지 않은 투자 구상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상대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총수의 발언을 실제 투자 의향으로 받아들인 까닭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한 기업 총수가 투자 관련 발언을 계속 내놓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경제계를 대변하는 대표성이 있는 만큼 큰 전략적 방향 속에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기업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투자와 관련한 발언은 상대국 정부와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어 더 절제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최 회장은 지난 7월10일 미국에서도 전력과 용수, 인력, 공급망 등의 조건이 갖춰지면 미국에 메모리 생산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에 짓는 시설은 국내에서 생산한 D램 웨이퍼를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만드는 첨단 패키징 공장입니다. 당시 발언은 패키징을 넘어 메모리 전공정 시설까지 미국 투자 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앞선 7월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 내 생산시설 건설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달 2일(현지시각)에는 반도체 관세를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지만, 생산하지 않으면 미국 시장에 들어오기 위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말 한마디 때문에 미국 정부가 정책을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조건이 맞으면 투자할 수 있다는 발언이 미국의 추가 투자 압박을 키우는 데 자극을 줬을 수는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에도 생산시설을 더 지으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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