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부터 국책은행까지…4대 난제마다 '뇌관'
이전 공포에 노조 반발…법 개정도 변수
지자체 유치 경쟁·인재 이탈 우려까지
2026-09-03 18:15:01 2026-09-03 19:00:03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 109곳을 줄이고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본격화하면서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공공기업 통합에 따른 노조 반발부터 일부 기관 이전을 위한 법 개정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지자체 간 유치 경쟁과 특정 지역 특혜 논란, 지방 이전에 따른 인재 유출도 뇌관으로 꼽힙니다. 공공기관 개혁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노정 갈등과 지역 간 충돌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관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노조 반발 
 
정부는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내놓고 공공기관 109개 감축을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감축 목적에 따라 △전략적 구조개혁 15개 △유사·중복 기능 일원화 11개 △자회사·소규모 기관 통합 83개 등을 줄일 방침입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전력 자회사인 5개 발전공기업이 '한국발전'(가칭)으로 통합됩니다. 분할 25년 만입니다. 문제는 조직 비대화입니다. 5개 발전사 정원을 단순 합계하면 1만4411명입니다. △코레일 3만2982명 △한국전력 2만3531명에 이은 '매머드급' 공기업의 탄생입니다.
 
비대화로 인한 비효율을 막기 위해 동일 업무 수행 인력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노조 반발로 인력 구조조정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노조는 노사의 협의가 배제된 밀실 행정이라고 주장합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기능 개혁 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와의 실질적 협의나 사회적 공론화를 배제한 정부의 비민주적 밀실 행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통폐합 과정에서 고용불안과 청년 일자리 축소, 노동조건 악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정원과 총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예산 지원과 총인건비 조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습니다.
 
②법 개정
 
법 개정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공공기관 '잔류 최소화' 원칙을 밝혔습니다. '수도권 1극 체제' 해소를 위해서입니다. 중앙행정기관은 별도의 법 개정 없이 이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날 발표된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는 이전을 즉시 추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일부 공공기관은 일부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국책은행 등 금융권 공기업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는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못 박았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법 제3조도 수출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합니다. IBK기업은행, 한국은행, 농협중앙회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기관의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기 위해선 각각 설립 근거법을 국회에서 개정해야 합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③지자체 교통정리
 
지방자치단체의 '본사 유치전' 교통정리도 난제입니다. 벌써 경남·경북·충남·전남광주·울산·부산 등이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지자체가 공공기관 유치에 목을 매는 건 '지방세' 때문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4월 발표한 '제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 성과와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이전 공공기관은 누적 2조5072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했습니다.
 
지난 1차 공공기관 이전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공공기관 이전의 목표는 국토균형발전입니다. 지난 2005년 노무현정부에서 추진한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선 전국의 혁신도시에 150곳 넘는 공공기관이 이전했습니다. 혁신도시에 사람과 기업이 늘었지만, 수도권이 아닌 주변 지방에서 사람을 끌어오는 '빨대 효과'가 나타나며 사실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에 정부는 지역 주력 산업에 맞춘 '집중' 이전을 내걸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분산시켜 놓다 보니 집중 효과가 떨어졌다"며 "연계성이 높은 기관들을 묶어서 몰아 보낼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일부 지역에 대한 특혜 논란 등이 뒤따라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④인재 유출
 
인재 유출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금융감독원 노조가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내부망을 통해 직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 이전 시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이 85.6%에 달했습니다. 특히 만 40세 미만 직원은 92.5%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재명정부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의지를 강조하는 사이 실제로 일부 기관에서 퇴사자가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금융위 퇴직자는 15명입니다. 5년 전인 2021년 한 해 퇴직자 수(14명)보다 많습니다.
 
벌써 현직자들의 동요가 감지됩니다. 3대 국책은행 노조가 포함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4일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산업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금융기관을 강제로 옮기는 것은 노동자의 삶을 흔들고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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