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일감 몰아주기' 아들 특혜채용…법원은 왜 무죄로 봤나
검찰 "청탁 대가로 취업 기회·급여 제공"…배임수재 적용
법원 "회사 채용 수요 있었고 실제 근무…급여도 과하지 않아"
2026-09-04 17:42:16 2026-09-04 17:42:16
[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KT 일감 몰아주기’ 수사 당시 '아들 특혜채용' 의혹을 받았던 홍모 전 KT 상무보가 1심에서 아들 취업 관련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취업 부탁과 채용 사실은 인정됐지만, 이를 청탁의 대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 때문입니다.
 
7월30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오세용)의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재판부는 홍 전 KT 상무보가 하청업체에 부탁해 아들이 채용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아들 채용과 관련한 배임수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홍 전 상무보는 이미 2021년 9월부터 KT 하청업체인 KDFS의 황욱정 대표로부터 시설관리(FM) 용역업체 유지와 품질평가, 용역물량 확대 등과 관련해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홍 전 상무보는 이듬해 2월 황 대표에게 "우리 아들이 군 제대 후 두 달간 집에서 놀고 있으니 취업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습니다. 홍 전 상무보의 아들은 2021년 12월 군에서 제대한 뒤 별다른 구직활동을 하지 않던 상태였습니다. 황 대표는 홍 전 상무보의 부탁을 받아들였고, 별다른 사회경력이 없던 아들은 KDFS의 마케팅 사원으로 채용됐습니다.
 
검찰은 이를 단순한 취업 부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황 대표가 앞서 홍 전 상무보에게 FM 관련 청탁을 하는 상황에서 홍 전 상무보의 부탁을 받아 아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했고, 이후 지급한 급여도 제3자인 아들에게 제공한 재산상 이익이라고 판단해 배임수재·배임증재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아들은 2022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세전 3893만3340원을 받았습니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본인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 성립합니다. 검찰은 아들의 취업과 급여가 바로 이 '청탁의 대가'라고 본 겁니다.
 
법원도 홍 전 상무보의 부탁 때문에 아들이 채용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취업 부탁'과 '청탁의 대가'를 구분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KDFS가 평소에도 지인의 추천을 통한 '특별전형'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했던 점을 들었습니다. 또 아들이 2022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급여를 수령했다는 등의 사정을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했습니다.
 
급여 수준도 근거가 됐습니다. 아들이 받은 돈을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세전 약 229만원으로, 2023년 월 최저임금 201만580원을 근소하게 웃돕니다. 재판부는 급여가 "특별히 과다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실제 근로에 상응하는 대가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결국 취업이 홍 전 상무보의 부탁에서 시작됐더라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아들이 받은 급여 전액을 홍 전 상무보가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나, 황 대표가 홍 전 상무보에게 공여한 재산상 이익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가족이 받은 이익을 본인에게 제공된 범죄 대가로 볼 수 있는지는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50억원 퇴직금' 사건에서도 쟁점이 됐습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50억원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보면서도,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아들이 받은 이익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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