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 경쟁의 핵심으로 첨단 패키징이 떠오르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관련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와의 공동 개발부터 고객 검증, 양산까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만큼,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가 있는 곳에 연구개발(R&D)과 생산 거점을 가까이 두려는 전략입니다.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와 HBM4E 코어 다이 웨이퍼. (사진=삼성전자)
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날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패키징 R&D 거점 ‘첨단 패키지 랩(APL)’ 개소식을 진행했습니다. 2024년부터 5년간 400억엔(약 3500억원)을 투자해 연구 기반을 확충하고, 2027년까지 연구 인력 100명 이상을 확보할 방침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요코하마시는 이 가운데 225억엔(약 1960억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가 일본을 택한 배경에는 탄탄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가 있습니다. 첨단 패키징은 소재나 장비가 달라지면 접합과 발열, 휨, 신뢰성 등을 함께 최적화해야 해 소부장 업체와의 공동 R&D가 중요합니다. 요코하마는 도쿄대학교와 요코하마국립대학교, 세계적 반도체 소부장 기업 레조낙, 디스코 등이 가깝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도 일본의 소부장 경쟁력에 주목해 지난 2022년 일본 쓰쿠바에 클린룸 보유 R&D 시설인 ‘Japan 3DIC R&D Center(JRDC)’를 개소한 바 있습니다. TSMC가 대만 이외에 클린룸을 보유한 R&D 시설을 구축한 것은 JRDC가 처음으로, TSMC는 JRDC를 ‘일본의 강력한 공급망과 글로벌 시장 수요를 연결하는 가교’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첨단 패키징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메모리 고도화에 따라 파운드리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TSMC는 로직 반도체 위탁생산과 패키징을 연계해 제공하고, 삼성전자는 로직 생산과 자체 메모리,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턴키 서비스를 제시하는 중입니다. 인텔도 첨단 패키징을 파운드리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투자는 무게중심이 다릅니다. 회사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생산라인 인근에 고객·대학·협력사가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R&D 테스트베드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퍼듀대학교와 HBM을 비롯한 시스템 통합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공동 연구하는 한편, 미국 중서부 지역 대학 및 협력사와 함께 인디애나를 거대한 반도체 생태계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삼성전자·TSMC가 일본의 기존 소부장·연구 생태계를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SK하이닉스는 미국의 AI 고객과 대학·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생산과 R&D 거점을 함께 배치해 현지 AI 메모리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전략입니다.
업계 관게자는 “일본은 우수한 소부장 기업이 많고 연구 기관이 밀집해 있다 보니, 인근에 연구개발 시설을 짓는다면 인재 확보에도 유리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역시 인근 대학과 MOU를 맺고 현지에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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