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캐피탈사의 렌탈 자산 취급 한도 규제 완화를 두고 현대캐피탈과 롯데렌탈 간 밥그릇 싸움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캐피탈사는 현재 부수 업무로 분류되는 렌탈 자산이 본업인 리스 자산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받고 있습니다. 리스가 본업인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렌탈업 확대를 제한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리스는 렌탈보다 세제 측면에서도 불리합니다. 리스 차량 지방교육세는 렌터카와 달리 자동차세의 30% 추가 과금되지만 렌터카는 영업용 차량으로 간주돼 면세 혜택을 받습니다. 또 배기량에 따른 자동차세 차이가 커 세금 부담이 최대 10배 가까이 발생합니다. 자동차 소비 방식 역시 리스에서 렌탈 시장으로 서서히 옮겨 가면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시장 변화를 고려해 캐피탈사의 렌탈 취급 한도 완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여신업권 간담회에서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캐피탈사의 렌탈 취급 한도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위는 현재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관련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의 근거로 검토하는 점은 소비자 후생 및 중소 렌터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입니다. 현재 장기 렌터카 시장은 롯데렌탈과 SK렌터카 등 대형 업체의 점유율이 높은 상황입니다. 2024년 말 기준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장기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합산 38.3%로 집계됐는데요. 금융회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사업자 간 경쟁이 확대되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구용역 최종본이 나오지 않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캐피탈사 규제가 완화되면 소비자 후생이 증진될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중소형 렌터카 업체 대부분이 단기 렌탈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캐피탈사의 시장 진입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전사들은 제도상 1년 미만의 단기 렌탈 업무를 취급할 수 없어 캐피탈사와 중소 렌터카 업체의 사업 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캐피탈사들이 대형 렌터카사보다 불리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 1월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캐피탈사들이 본업비율 제한으로 인해 경쟁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현대캐피탈은 중소 렌터카 업계와의 상생 방안을 추진하며 렌탈 자산 규제 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금융서비스를 제공 중인 중소 렌터카 업체를 대상으로 자동차 할부원금 6개월 상환 유예와 유예이자 50% 감면을 비롯한 각종 지원책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이에 렌터카 대수 기준 대다수의 렌터카가 소속된 전국렌터카연합회(KCRA)는 캐피탈사의 렌탈 자산 규제 완화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중소형 렌터카 업체들이 주로 단기 렌탈을 운영하고 있어 캐피탈사의 장기렌터카 사업 확대와 직접적인 경쟁이 크지 않은 데다, 현대캐피탈이 제시한 상생 지원책이 더 유익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반면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연합회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상생 방안과 렌탈 자산 규제 완화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단순히 규제를 유지할지 완화할지를 넘어 규제 완화가 전국 중소 렌터카 사업자의 생존 기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롯데렌탈의 협회 이동을 계기로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롯데렌탈은 현재 KCRA 소속인 서울시 조합에서 탈퇴해 한국연합회 소속 경기도 조합으로 옮긴 상황입니다. 한국연합회가 캐피탈사 렌탈 규제 완화를 적극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연합회가 중소 렌터카 업체 보호가 아닌 대형 렌터카사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의 진짜 속내는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 캐피탈 업계 규제 완화를 문제 삼으니 한국연합회가 호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제주시 한 렌터카 업체 주차장이 차들로 가득하다. (사진=연합뉴스)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