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통폐합 재개…대체 채널은 '글쎄'
2026-09-28 14:27:20 ㅣ 2026-09-29 08:04:12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은행권이 다시 영업점 통폐합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이 일상화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어든 영향인데요. 금융당국은 점포 감소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은행대리업 등 대체 채널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아직 기존 영업점을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비대면 확산에 점포 축소 계속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 1월4일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 울산, 경남 등에 위치한 영업점 10곳을 없애고 인근 점포로 통합할 예정입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D타워 출장소는 서울시청금융센터로,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출장소는 전농동지점으로 각각 통합하는 방식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에도 전국 영업점 37곳을 인근 점포로 합친 바 있습니다.
 
우리은행뿐만이 아닙니다. 은행권에서는 수년째 오프라인 영업망을 줄이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2분기 국내 영업점(출장소 포함)은 총 2703곳으로 집계됐습니다.
 
4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은 상반기 말 기준 2022년 2943곳에서 2023년 2818곳, 2024년 2817곳, 2025년 2694곳으로 줄며 전반적인 감소세를 이어왔습니다. 2022년과 비교하면 4년여 만에 240곳이 사라졌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보다 9곳 늘었지만, 일반 영업점 감소분을 출장소 증가가 상쇄한 영향입니다. 전체 숫자는 소폭 반등했지만 은행권의 점포 효율화 기조가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영업점을 찾은 어르신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행들이 영업점을 줄이는 가장 큰 배경은 고객의 금융 이용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 상담을 위해 직접 영업점을 찾았다면, 이젠 업무의 대부분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실제로 은행 고객들은 비대면 금융에 빠르게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는 모바일뱅킹을 포함해 일평균 2829만건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습니다.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는 일평균 2543만건, 이용 금액은 18조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2%, 6.9% 늘었습니다.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이용 고객이 줄어든 영업점을 계속 유지해야 할 유인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영업점에는 일정 수준의 인력을 배치해야 하고 임차료 등 고정비용도 발생하는 만큼 디지털 전환과 함께 오프라인 채널을 효율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5년으로 봤을 때 내점 고객 수가 30% 넘게 줄었다"면서 "대면 채널 대신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운영비 절감 효과가 가장 빠르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점포 통폐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 취약계층 접근성 악화 
 
가장 큰 문제는 점포 축소에 따른 금융 공백입니다. 비대면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영업점이 많지 않은 지방 거주자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도 점포 폐쇄에 대한 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부터 '은행 점포폐쇄 대응방안'을 본격 시행했습니다. 점포 폐쇄 절차와 정보공개·평가를 강화하고, 대체 수단을 통한 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한 겁니다. 특히 광역시 이외 지역의 점포를 폐쇄하면 지역재투자평가상 불이익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대안이 '은행대리업'입니다. 은행대리업자가 은행의 업무를 위탁받아 고객에게 대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7월부터는 4대 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전국 20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선 이 방안들로 기존 영업점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선 은행대리업 시범사업 지역 자체가 많지 않고, 취급 업무도 개인 신용대출과 새희망홀씨 등을 중심으로 제한돼 있어 아직은 제도 안착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단계입니다.
 
시범사업을 시행한 50여일간 실행된 대출 건수는 30건을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은행대리업 제도화를 위해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은 계류된 상태로, 당국은 제도화와 함께 내년부터 운영지역과 취급상품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동점포와 이동점포 등 기존에 도입된 대체 채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 불편을 줄이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서비스 범위에 한계가 있어 다양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존 영업점과 동일한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각에선 대체 채널이 충분히 자리 잡기도 전에 점포 감축이 계속되면 금융 접근성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점포 축소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대체 채널의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영업점을 대신할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와 완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김혜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대리업은 은행 지점의 대체재라기보다 없어진 영업점의 접수 창구 기능을 우선 복원하는 단계”라면서 “향후 이 접점에서의 서비스 완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업무 확장에 대비해 취급 한도 제한,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연동, 본점과의 실시간 화상 연결 등 온·오프라인 통제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고, 규제 당국과 금융권은 등록제 도입 등 유연한 법률 개편과 공용 중계망 확충에 착수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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