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은 미국행, 주주 보호는 제자리…중복상장 규제의 빈틈
나스닥 상장에 국내 거래소 심사권 부재…금융당국 대응 한계
SK 계열사 출자에 이익 배분 논란…주주단체 상장 중단 요구
2026-10-20 15:41:44 ㅣ 2026-10-20 15:51:03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국내 중복상장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중복상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해외 상장을 직접 제한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와 기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맞서면서 상장에 따른 이익 배분과 주주 보호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과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주관사로 거론되며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로 전망됩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상장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8월부터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영향 평가와 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이사회 의결, 공시 등 5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해외 상장에 대한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 권한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국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주주 보호 방안의 적절성을 심사할 수 있는 반면, 미국 나스닥 상장에는 직접적인 심사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관련 절차를 이행할 경우 상장 자체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도 하고, 저희도 하고 있다"며 "세밀하게 검토해 적절한 조치가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의 대응 범위는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입니다. 신고 대상에 해당하면 금감원이 허위 기재나 중요 사항 누락에 대해 정정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미국 상장 자체를 직접 불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위의 관련 법령 해석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솔리다임의 별도 상장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이익 훼손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한 이후 사업 부진에 따른 손실은 연결 실적에 반영됐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수요가 늘면서 솔리다임의 기업가치 상승 기대가 커졌지만 별도 상장 시 외부 투자자와 성장의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SK(034730)㈜에서 SK스퀘어(402340), SK하이닉스, 미국 투자법인 AI컴퍼니, 솔리다임으로 이어집니다. SK㈜와 SK이노베이션(096770), SK텔레콤(017670)은 2030년까지 AI컴퍼니에 총 11억1000만달러를 출자하기로 약정했습니다. 계열사별 출자 조건에 따라 솔리다임의 성장 이익이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보다 다른 계열사에 더 많이 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에서 "솔리다임 중복상장의 본질은 이해 상충이다"라며 "100% 통제는 유지되고 솔리다임 수익은 나눠지는 비대칭적 구조"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상장 기대감이 기업가치에 반영되기 전 다른 관계사들이 AI컴퍼니 지분을 저가에 미리 샀다면 불공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하며 고승범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에게 상장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솔리다임의 상장이 반드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적정한 가격에 신주를 발행해 확보한 자금을 생산시설 확충에 활용하면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구주매출의 경우 매각대금이 기존 주식 보유자에게 돌아가는 만큼 자금 사용처와 주주환원 계획이 중요합니다.
 
SK하이닉스 측은 "재무 여력을 갖추고 있으나, 자금이 있다는 사실이 곧 모든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향후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경우 이사회 차원에서 재무적·사업적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관련 규정과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등이 지난 710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나스닥 '오프닝 벨' 행사에서 타종하며 나스닥 ARD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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