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2026년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서 여야의 전선이 82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특히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민주당은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도 지방재정 보전과 국회 통제 약화를 우려하면서 기금 운용 방식이 연말 예산 심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회 예산 통제권·기금운용 적정성' 쟁점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30일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합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727조9000억원)보다 93조원 늘었습니다. 국회는 다음 달 4~5일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한 뒤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를 대상으로 부별 심사를 실시하고 이후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할 예정입니다.
최대 쟁점은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입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하고 세수 부족에 대비한 재정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45조4000억원을 투입하고,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 활용합니다. 나머지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도입 필요성을 설득하며 방어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기금에 포함된 사업이 미래 성장 투자란 취지에 부합하는지 따져 감액 또는 전면 철회를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기금 사업비 45조4000억원 중 17조5770억원을 선심성 현금 지원 성격의 지출로 분류했습니다. 특히 성과지표 없이 신규 사업을 편성한 '청년문화예술패스'(7925억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1조1657억원) 등도 비판의 대상입니다.
기금 운용 과정에서 정부의 재량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도 쟁점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항목별 지출액을 일정 범위에서 국회 재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변경 한도는 최대 30%로 일반 사업성 기금의 변경 한도인 20%보다 큽니다. 정부는 신속하고 탄력적인 투자를 위한 장치란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물론 범여권 조국혁신당도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 권한이 약화되고 정부 재량이 과도하게 넓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미래대응기금은 총액만으로 내년도에 실제 지출되는 사업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62조3000억원 전체가 한 해에 쓰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사업 투자액과 국채 발행 축소분, 여유자금을 구분해 심시해야 기금의 정책 효과와 재정 운용의 적정성을 따질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래 투자 필요성과 사업의 타당성, 국회 통제 장치, 여유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회 예결위 2025 회계연도 결산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2025 회계연도 결산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역예산 증액' 공방…집행 실적 도마
미래대응기금 외에 민생·주거·지역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정부의 성장 투자와 민생 지원 기조를 뒷받침하면서 지역 현안 예산의 증액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확장재정에 따른 재정 부담을 부각하고, 사업별 진행 실적과 효과를 따져 불필요한 지출을 삭감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민주당은 이재명정부의 핵심 정책을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지방 주도 성장 관련 사업을 증액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중 지방 주도 성장을 위한 철도 예산에 대한 증액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에 최근 추미애 경기도지사 발언으로 촉발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와 노후 장비 등 소방 재정도 증액 여부도 살펴야 할 사안입니다.
정부의 민생 지원 예산은 사업 규모 확대와 함께 집행 실적 및 성과관리도 심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감사에서 2027년 청년 관련 예산이 43조3000억원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미래대응기금 청년계정 신규 사업 10개 중 2개의 성과지표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는 홈플러스 입점 업체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집행률이 25~33%에 그쳤고, 정책자금 대출 이후 폐업한 업체의 대출금 회수율이 낮다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청년월세 지원도 9월 말 기준 집행률은 75.6%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따라 예산 심사에서 지원 확대 필요성과 함께 사후관리 체계 점검을 위한 요구도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주요 정책사업과 조직 개편 관련 예산을 심사 대상으로 삼을 전망입니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소청)·중대범죄수사처(중수청)의 내년도 예산 합계가 1조5578억원으로 올해 검찰청 예산보다 2945억원 늘어난 점도 심사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민주당은 정부의 성장 투자와 민생 지원 예산을 방어하고 국민의힘은 사업별 타당성을 앞세워 감액을 요구하는 등 증액과 감액을 둘러싼 협상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국회 예결특위는 다음 달 9~10일 경제부처, 11~12일 비경제부처를 대상으로 부별 심사를 진행한 뒤 16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할 예정입니다. 여야는 소위에서 주요 사업의 예산 규모를 조정한 뒤 예결특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의결 절차를 밟게 됩니다.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은 12월2일입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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