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최근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부산지역 건설 경기는 활황세다. 공급 부족으로 계속 매매가가 오르고 있어 대형 건설사들의 분양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중견 건설사들은 이 같은 부산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 건설사들, 부산지역 분양 '러시'
2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청약 마감한 `부산명지 두산위브포세이돈` 1~3순위 청약접수 결과 모두 1149가구 모집에 4197명이 접수, 평균 3.6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특히 1·2순위에서 미달됐던 전용면적 84m의 경우 3순위에서 1358명이 몰리며 21.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공사인
두산건설(011160)은 "명지지구는 거가대교 개통과 신항만, 명지국제신도시 개발 호재 등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047040)도 같은날 '부산 당리 푸르지오 2차' 청약접수를 시작했다. 5개동 총 542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는 2차분 196가구 중 167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이곳은 이미 지난해 1차 분양에서 평균 7.14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던 곳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 접수 중이라 정확히 파악은 안되지만 이번에도 1순위 마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도 오는 25일 북구 화명동에 '롯데캐슬카이저2차' 견본주택을 열고 1405가구의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곳은 화명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곳으로 총 5239가구가 들어서는 매머드급 단지로 지난 2009년에 1차로 931가구가 분양을 마친 바 있다.
롯데건설은 다음달 기장군 정관면에 '정관2차롯데캐슬' 911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건설(000720)·두산건설의 '해운대 힐스테이트·위브'(514가구·4월), 포스코건설의 '민락포스코더샵'(714가구·6월) 등도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 집값 상승이 분양시장 '견인'.."서부산권 활성화"
이 같은 건설사들의 분양 러시는 부산의 집값 상승이 가장 큰 요인이다. 국민은행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부산시의 주택 매매가는 17.9%상승했다.
때문에 집을 가진 사람들이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다시 주택공급이 부족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매매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영래 부동산114 부산지사장은 "기존 아파트 거래시장이 살아나면서 신규분양으로 수요자들이 눈을 돌린 것이 건설사들을 자극했다"면서 "실제 월평균 거래량이 2008년 이전에 6000건이던 것이 2009년 이후에는 7300건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산 사상구(28.2%), 북구(22.6%), 사하구(22.0%) 등 서부산권 지역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 기장군(13.5%), 해운대구(15.6%), 수영구(10.2%) 등 동부산권 지역을 압도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지난해 거가대로가 개통된데 이어 김해∼사상간 경전철이 오는 4월에 개통하는 등 서부산권에 호재가 많은 점이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사장은 "서부산권은 지난 2005년~2008년정도까지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던 데다 동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는 인식이 있어 최근 많이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 저축은행 영업정지 악재로.."중견사 PF대출 어려워져"
하지만 이러한 부산의 부동산 활성화의 혜택은 대형건설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부산지역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중견 건설사들은 사업을 시행할 때 은행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받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주택사업은 보통 시행사가 저축은행으로부터 브릿지론 성격으로 대출받아 대지를 구입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시공사가 사업성을 검토한 뒤 1금융권에서 본 PF대출을 받아 건물을 짓게 되는데 이번 사태로 부동산PF의 위험성을 염려하게 된 은행들이 시공사에 대출을 해주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 대출에 많이 의존해 왔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이번에 영업정지 당한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PF 대출잔액은 2조3568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71.8%를 차지했다.
반면 대형사들은 자체적으로 PF대출을 갚아버리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난이 덜하다. 이 때문에 공급이 부족한 부산지역에서 안심하고 주택분양에만 신경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연구원은 "본 PF대출을 담당하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하지 않게 되면 건설사는 땅에 대한 이자 등 금융비용만 지불하게 돼 매우 곤란한 처지가 된다"면서 "PF대출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여 중견사들의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래저래 대형 건설사들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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