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블랙리스트제 도입에 대해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소비자 이익보다 이윤추구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SK텔레콤(017670) 고위 관계자는 19일 "(블랙리스트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로선 화이트리스트가 더 낫다"면서 "블랙리스트의 경우 해외의 저가 휴대폰에 유심만 꽂으면 되는데 그럴 경우 네트워크 정합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그 문제는 방통위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방통위와) 화이트리스트쪽으로 얘기가 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그동안 통신요금 인하 정책의 하나로 블랙리스트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 왔으며, 지난주에는 최시중 위원장이 직접 국회 답변을 통해 이 제도의 필요성을 적극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거센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제도 도입이 불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블랙리스트제란 분실이나 도난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휴대폰의 고유 식별번호(IMEI)만을 이통사가 확보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일반 사용자의 경우 별도로 구한 단말기에 유심칩만 꽂으면 바로 개통이 가능하고, 통신요금 인하, 단말기 가격인하, 이통사 선택권 확대, 중고 휴대폰 사용 활성화 등 많은 장점이 있다.
반면 현행 화이트리스트제는 휴대폰을 개통하기 위해 식별번호를 이통사에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주도권이 이통사에 주어진다. 소비자들은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협의한 가격에 휴대폰을 사야하고 요금제에도 거품이 낄 여지가 많으며, 이통사간 이동도 원활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는 블랙리스트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다시피 화이트리스트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는 "SK텔레콤이 입증되지 않은 해외 휴대폰이 네트워크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과 휴대폰 밀수 우려, 바이러스 휴대폰 유통 우려 등을 들며 블랙리스트제를 반대하는 것은 옹색하다"며 "통신요금과 휴대폰 가격 책정 등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SK텔레콤은 시장 1위 사업자의 지위를 활용해 제조사와 협상에서 신형 휴대폰을 먼저 수급하는 등의 이득을 누려왔다.
특히 블랙리스트제가 도입되면 SK네트웍스가 휴대폰 판매사업으로 얻어온 수익도 모두 잃게 될 처지다.
KT(030200) 역시 휴대폰 유통 과정에서의 주도권 상실을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032640)도 WCDMA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블랙리스트 논란과 직접 연관이 없지만,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LTE 사업이 향후 본궤도에 오르면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통위는 업계의 이런 반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간 협의를 거쳐 제도를 도입한다는 태도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결정을 유도할 계획이며 만약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제적인 방법으로라도 연내 시행을 목표로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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