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지현기자]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하반기 유럽 경제 전망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최근 그리스 사태로 유럽 전체가 부채 위기에 빠졌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유럽 금융기관의 그리스 부채 노출 규모(익스포저)는 주요국들만 따져봐도 프랑스 금융기관들이 총 567억달러, 독일이 339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성명을 통해 "유럽 부채 위기는 과감한 조치가 없다면 유로 핵심으로 확산되고 그 여파는 결국 전 세계에 대규모로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럽경기, 그리스 사태 추이 '관건'
하반기 유럽 경제 전망은 그리스 사태에 해결 양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 경제 규모는 유로존 국내총생산의 2~2.5%에 불과하지만 그리스가 채무불이행에 이르면 이에 얽혀 있는 직간접적인 금융기관의 여파는 크기 때문이다.
조태훈 삼성증권 투자컨설팅 부장은 "국가 부도는 투자은행 뿐 아니라 상업은행 등 금융권 전체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유럽은행이 전체 자본금의 그리스 부분 일부를 정리한다해도 레버리지율을 따져보면 공적자금을 투입돼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까지 가지 않더라도 유로존의 구제 금융도 유럽의 경기를 침체시키는 상황이다.
그는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은 결국 세금을 십시일반 나누는 것이고 그리스의 경우에도 재정 적자부분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결국 둘 다 총수요 관점에서는 경기를 부양시킬 요소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그리스 구제금융을 위해 투입된 자금의 규모는 1100억 유로. 그 가운데 EU회원국이 800억 유로를, 국제통화기금(IMF)가 300억 유로를 지원한 상황이다.
◇그리스 상황 '안정기'는 없어
그렇다면 그리스 사태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우선 그리스 외회는 29일부터 이틀간 재정긴축안을 표결에 붙인다. 긴축안이 통과되면 유로존의 구제금융을 받아 1차 국가 부도를 막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디폴트 상황을 한고비를 넘긴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크리스 윌리암슨 마르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당장 부도 가능성은 피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수준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가 상환 능력을 잃어 구제금융에 투입된 금액을 유럽국이 돌려받을 수있는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결국 그리스가 계획안 재정긴축안에 따라 2015년까지는 디폴트 상황을 유예할 수 있겠지만 그리스가 채무상환 능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않는 한 시장의 불안감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종의 고질병처럼 일정한 기간 돈을 주고 다시 시간이 지나 확인하는 시점이 되면 시장의 불안감은 재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또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 역시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 내에서 그리스 지원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유럽 주요국들은 내년 상반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조 연구원은 "그리스 안정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모라토리엄 상황에 나온 국가들의 경우 짧게는 5~6년, 길게는 12년이 걸렸다. 그리스의 긴축안이 성공적이라도 앞으로 짧아도 3~4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경제내 양극화 '극심'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럽내 차별화는 한층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국가별 차별화는 심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존의 통화제체가 묶여져 있는 만큼 앞으로 유로 강세나 약세에 따라 국가별로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그리스 정부가 긴축안에 포함시킨 공기업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도 이를 계기로 일부 국가들이 더 부유해질 확률이 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계기로 이른바 피그스(PIGS,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와 나머지 유로존 내 강대국간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언제나 위기때 돈 많은 사람이 돈을 벌게 된다"며 "금융이 발전된 독일·프랑스·네덜란드·영국은 좋은 매물을 얻을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조태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외환위기때 외국이 우리나라 기업 지분을 싼가격에 사고 3년 뒤에 다시 제 가격에 되팔았다"며 "결국 이번 계기로 프랑스가 독일 등 이른바 강대국들은 더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토마토 안지현 기자 sand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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