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1일부터 김포-베이징 노선을 다시 운항하기 시작한데 대해 인천공항의 국제선 허브기능 약화를 노린 중국의 논리에 우리 정부가 밀려 어쩔 수 없이 개설한 `억지노선`인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국토해양부와 한국공항공사,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중국 남방항공과 에어차이나 등 4개 항공사가 기존 인천공항에서 운행하던 항공편중 각각 왕복 2편씩을 김포공항으로 옮겨 매일 8편씩 김포-베이징 노선을 이날부터 운항하기 시작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베이징 노선은 인천공항을 오가는 시간 등 최대 2시간반을 절약할 수 있어 올해만 45만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중국과의 협상서 밀려 억지로 개설한 `억지노선(?)`
지난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함께 전면 운항이 중단된 김포공항의 국제선 운항은 인접국 등 단거리 노선 이용시 도심공항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계속 늘면서 2003년 김포-하네다 노선이 다시 열리면서 계속 확장되는 추세다.
그러나 김포-하네다 노선과는 달리 이번에 다시 운항하게 된 김포-베이징 노선은 양국간 운항편수 확대가 아니라 인천-베이징 노선에서 일부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그간 중국과 김포-베이징 노선 재계여부를 놓고 협상을 벌여온 국토해양부가 중국과의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밀려 결정된 억지노선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인수 대한항공 홍보실 뉴미디어 팀장은 "대한항공에는 특별히 실익이 없다"며 "오히려 중국의 푸둥공항과 경쟁관계에 있는 인천공항의 국제선 허브기능 약화를 노린 중국의 논리에 당국이 말려든 꼴"이라고 지적했다.
고 팀장은 또 "항공사 입장에서는 김포공항을 놓칠 수 없고, 한중간 합의에 따라 결정돼 일부 노선을 옮겨올 수 밖에 없었다"며 "인천공항을 거쳐가는 중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머물며 관광하는 수요만 줄어든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한영 인천공항공사 홍보실 팀장도 "서울이나 베이징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더 편리할 것"이라면서도 "베이징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거쳐 다른 곳으로 가는 환승객은 일일 운항편수가 줄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현철 국토부 국제항공과장은 "김포-베이징 노선은 중국 교민사회의 요청도 계속 이어졌고 한중간 비즈니스 여행시간 단축을 위해 더 이상 연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 국가간, 항공사간 이해관계 첨예.."쇼핑수요 줄어들 것" 우려도
임 과장은 또 "베이징공항의 수용능력이 한계점에 이르러 인천-베이징 노선 추가가 불가능해 일부를 김포-베이징 노선으로 옮겨왔다"며 "향후 베이징 공항을 확대하거나 제2공항을 신설할 때 인천에 노선을 우선 배분 받기로 약속받았다"고 덧붙였다.
인천-베이징 노선을 줄이지 말고 나중에 베이징공항이 확장되면 그 때 김포-인천 노선을 재계해도 되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김포-베이징 노선 운항은 양국간, 항공사간, 공항간 이해관계가 다른 면이 있어 합의가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인천-베이징 노선에서 이미 여유가 없이 꽉찬 상태에서 운항중이어서 이번 김포-베이징 노선을 반대해왔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여유가 있어 적극적으로 이번 노선 개설에 찬성해왔다.
결국 노선이 열리자 대한항공은 국적선에 배분된 김포-베이징 노선을 아시아나에 다 내줄 수 없어 울며겨자먹기로 참여했다.
중국도 인천공항과 동북아 허브공항의 지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상하이 푸둥공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인천공항의 국제선 노선을 단 한편이라도 줄이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노선을 빼는데 적극적이었다.
결국 중국과 2년간에 걸친 협상을 통해 열린 김포-베이징 노선은 노선추가가 아닌 기존 인천 노선에서 배분해 열리면서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 비즈니스 연결 구상은 '억지 춘향'으로 완성됐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홍보 관계자는 "이 노선의 탑승률과 수익성은 인천-베이징 노선 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로 묶인 에어차이나를 함께 이용할 수 있어 돌아오는 항공편 선택 범위가 더 커 비즈니스 고객들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안후중 기자 hu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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