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부 물가관리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2011-07-28 07:00:00 2011-07-28 07:00:00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정부가 '물가잡기'를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로 잡았다. 올해 초 물가불안이 고조되자 기름값이니 통신비 따위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물가상승세가  가라앉지 않자 하반기들어서는 '비상 국면'처럼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26일 오전 10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는 13개 부처 중 9개 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출석률 69%로 정부가 물가대책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 시간 후인 11시에 지식경제부는 8월부터 전기요금이 평균 4.9%인상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기요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려는 속내가 읽힌다고 하면 정부는 억울해 할까.
 
지난달 30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의 최우선을 ‘물가’에 둔다고 브리핑했는데, 같은날 오후 행정안전부는 하반기 수도권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각각 15.1%인상한다는 공공요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나면 같은 날 공공요금 인상 발표가 나오는 일이 이어진다면 우연이라고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한전이나 지하철공사 등 공공기관의 적자 고민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발표하는 당일 공공요금의 인상폭을 발표하는 것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오해를 낳을 만 하다.
 
현 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물가 잡기에 총력을 쏟아왔다. 출범 첫해에도 이른바 'MB물가'  52개 품목을 선정해 물가관리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MB물가 품목 가격은 잡히지 않았다.
 
올해도 연초부터 물가 TF를 구성한다느니 요란을 피웠지만, 물가는 단 한번도 4%대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물가를 잡으려는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다"는 다소 과격한 시각도 있다. 정부가 꼼수를 피우거나 기업 목조리기 방식으로 물가를 잡으려 하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물가는 '생색내기' 정책이나 행정으로 잡히는 것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경제학자들에게 최대 골치덩어리로 취급받는 이유다.  
 
지난 5월 도시가스 요금 인상도 그렇다. 4.27 재보궐 선거 시기까지는 인상을 자제하다가 선거 후에 인상하는 꼼수를 부렸다. 지난 26일에는 정부가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며 기존 주유소보다 기름을 싸게 파는 '대안 주유소'를 육성하기로 했다. 사실상의 ‘국영주유소’를 세우겠다고 정유사와 주유소를 압박하고 나온 것이다.
 
이처럼 꼼수와 압박으로 개별 품목의 가격인상을 잡아보겠다는 이벤트성 물가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정유사 100원 할인 정책이 끝나고 다시 오르고 있는 석유값을 보면 확연해진다.
 
시장을 왜곡시켜 물가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게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국민에게 물가를 안정시킬 아이디어를 받겠다고 또 다른 이벤트를 벌일 게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해야한다.  
 
뉴스토마토 송종호 기자 joist189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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