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삼성그룹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 MRO를 계열사로 둔 나머지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일단 삼성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및 상생협력'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선수친 마당에, 이들 대기업으로서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LG(003550)그룹은 1일 삼성의 MRO사업 철수 소식이 전해진 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MRO건에 대해 정계와 중소업계에서 다각도로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SK(003600)그룹도 "계열사 코리아MRO의 시장점유율(M/S)이 미미함에도 불구,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MRO 철수 가능성을 열어뒀다.
POSCO(005490)의 MRO기업인 엔투비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0.2~0.4% 정도로 경쟁업체 대비 낮기 때문에 기존대로 사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중소업계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면에선 삼성과 뜻을 같이 한다.
정준양 회장은 최근 엔투비를 방문해 "MRO가 영업이익을 남기지 않아도 좋으니,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 차원에서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선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데 삼성처럼 MRO사업을 일체 포기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LG그룹 관계자는 "
아이마켓코리아(122900)는
삼성전자(005930) 등 그룹 계열사가 지분을 쪼개 갖고 있지만, LG MRO인 서브원의 경우 지주사 LG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LG가 MRO사업을 접을 경우 일반주주들에게 돌아갈 피해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소연 했다.
SK그룹 측도 "자회사
SK네트웍스(001740)의 MRO(지분 51%)인 IMO코리아는 매출 규모가 1000억원 정도로 크지 않은데, 삼성 등 다른 대기업 MRO들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게 맞는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중소기업계가 사회적 여론을 동원해 이렇게 압박을 가하는데 대기업이라고 당해낼 재간이 있겠느냐"며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가 문제일 뿐 결국엔 MRO 철수 쪽으로 가닥이 잡힐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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