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4일 국회 법사위(위원장 우윤근 의원)에서 열린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고등검찰청과 지역의 검찰청 근무를 '좌천'으로 비하하는 듯한 국회의원의 발언과 검찰총장 내정자의 답변이 나왔다.
이날 한나라당의 이은재 의원은 한 내정자가 서울지검 형사부장 당시 처리했던 김대업 사기 사건 수사 당시 "정치권의 회유나 압박 있었는지"를 먼저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한 내정자는 "선거 공신이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회유나 압박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다시 "김대업 사법처리 이후 지방고검 검사로 좌천됐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한 내정자도 "검찰 역사상 처음이었다"고 답변해 '좌천인사'로 받아들였음을 시인했다.
이 의원은 이어 "노 정권 4년동안 지방으로 돌지 않았나?"고 물었고, 한 내정자도 "그렇다"고 답변했다.
누가 들어도 인사상 불이익으로 인해 고검으로 '좌천'되고, '지방'으로 돌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내정자는 곧이어 "보직을 그렇게 받은 것은 맞지만 인사상 불이익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수습에 나섰다.
한 내정자의 이같은 답변은 이 의원에 앞서 질문에 나선 여상규 한나라당 의원의 고검 활성화에 대한 답변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여 의원은 "검사들이 고검으로 발령나면 한직으로 밀렸다고 생각하는 경향 있는데, 그렇지만 고검 검사는 고참 검사이고, 특화된 전문분야를 맡겨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내정자는 "고검에 경력있고 훌륭한 검사들 많다"면서 "고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국회의원들의 질문과 한 내정자의 답변은 고검이나 지방으로 발령나는 것을 '좌천'이나 '인사상 불이익'으로 받아들이는 '엘리트 검사들의 의식'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엘리트 코스를 밟는 검사들은 평검사 때는 순환보직 차원에서 잠시 지역 검찰청에서 근무를 하는 것 외에는 주로 지청장이나 검사장급인 지방검찰청 차장검사, 지방검찰청장으로 지방근무를 한다.
서울에서 주로 근무했던 한 검사는 "검사들 사이에서는 고검으로 발령날 경우 사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검찰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한 내정자가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받았던 2003년에는 이번에 퇴임한 차동민 서울고검장도 부산고검으로 발령받았다.
박용석 대검 차장도 2003년에 잠시 성남지청 차장검사로 근무한 후 2004년에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받은 바 있다. 역시 이번에 퇴임한 조근호 법무연수원장도 2002년에 한 내정자와 함께 서울지검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다 2003에 광주고검 검사로 발령받았다.
역시 이번에 퇴임한 황교한 부산고검장도 2002년 서울지검 공안부장을 거쳐 2003년에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를 지내고 2004년에는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받은 바 있다.
또한 한 내정자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규헌, 강기정 검사는 물론이고 선배 기수인 구본성(9기), 정현태(10기) 검사 등은 검사장 승진에 탈락했지만 아직도 서울고검에서 평검사로 재직중이다.
참여정부 당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비쳐진 한 내정자는 2002년 서울지검 형사부장에서 2003년에는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받았지만, 2004년에는 검사장급인 부산지검 1차장검사, 2005년에는 부산지검 2차장검사를 거쳐 같은해에는 수도권인 인천지검 1차장검사로 전보됐다. 그리고 2006년에는 검사장으로 승진해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근무했고, 참여정부 마지막해인 2007년에는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영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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