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국·황인표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은행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을 속인 적도 없을 뿐 아니라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잘못도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8일 금융당국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소집한 긴급 간부회의에서 “은행들이 아무리 ‘우리는 괜찮다’고 해도 믿지 않겠다. 내가 세 번이나 속았다”며 “문제가 생긴 다음 정부에 손을 벌리는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앞으로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세 번’은 김 위원장이 재정경제원 외화자금과장을 맡았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을 맡았던 2003년 카드사태 당시,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기 이전에 재정경제부 1차관을 지냈던 당시를 말한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은행권은 금융당국은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속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은행들은 주, 월, 분기 단위로 보유외화를 한국은행과 당국에 보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김 위원장이 속았다는 세 번은 당국의 책임일 수도 있다”면서 “당시 외화 부채 등 외화 관련 가이드라인을 당국이 제대로 정하지 못해 놓고 이제 와서 은행 책임으로 돌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세 차례 위기 당시 당국이 여러 가지 조짐을 파악하고 은행들 상황을 점검해봤는데 은행들이 ‘큰 문제없다. 얼마든지 (외화를) 차입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못 믿겠다는 것보다는 외화 상황 점검시 상황이 악화되는 걸 감안해도 견딜 수 있는지 면밀히 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측 간 책임공방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은행 책임이라는 취지는 아니다”면서 “정부도 상황을 더 면밀히 감독하고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이어 “경우에 따라서는 은행들이 못 보는 걸 정부가 봐야 한다. 은행들이 미흡한 부분을 정부에서 가이드라인 잡아주고 그런 측면도 필요하다”면서 “너무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지 말고 어려운 상황 감안해 은행도 당국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이승국·황인표 기자 in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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