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확충 차입금 늘리는 해운업계..공격경영은 `자충수(?)`
2011-08-12 18:48:59 2011-08-12 19:01:13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국내 대형 해운업체들이 업황 회복을 대비해 공격적으로 선박확충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들 선사가 선박을 확충하면서 그 비용의 대부분이 차입금으로 충당된다는데 있다. 해운사의 차입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영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증권가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한진해운의 순차입금은 4조2840억원, 지난해 4조4780억원, 올해 5조1500억원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 순차입금 증가 추이>
자료 : 한국투자증권
 
한진해운(117930)의 올해 영업 현금흐름(EBITDA)은 6000억원 규모인데 투자비와 이자비는 총 1조3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상선(011200)STX팬오션(028670)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임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은 내년에도 자금 수요가 많아 차입금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부채비율도 지난해 261%에서 내년 341%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해운업체들의 차입금 급증은 시장 불황 탓에 실적이 부진한 것도 있지만 선대 확충 등 공격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게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한진해운은 지난 6월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5척을 9236억원, 현대상선 역시 지난 9일 동급 선박 5척을 6950억원에 발주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지난해 투자금액과 비교하면 상당히 증가한 금액이다.
 
글로벌 해운업체인 AP몰러-머스크를 비롯해 MSC, CMA-CGM 등 글로벌선사들도 운항원가를 낮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업체인 머스크를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운임인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체력이 약한 국내 해운업체에겐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업체들 역시 연료 효율성과 선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다 큰 선박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세계 1위 머스크와 경쟁하기 위해 대형 컨테이너 선단 확보가 절실하다"면서 "초대형선 발주를 통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형 해운업체들의 공격적인 선대 확충이 자칫 선박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장기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선사들은 여전히 여건만 되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과거의 습관(Old habit)'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현재가 장기불황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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