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정협기자] 외국계 금융기관에 이어 국내 민간연구소에서도 정부의 경제성장률 4%대 달성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외국계 금융사들의 시각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해 왔으나, 비관론은 국내 연구기관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4.5% 성장률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 국내 연구기관도 4%대 경제성장 의문시
LG경제연구소는 최근 ‘세계 주가 폭락, 성장궤도 하향의 서막인가’ 보고서를 통해 "경기의 조정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되거나 다시 하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연간 성장률도 당초 예상됐던 4%대를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위기 이후 내수부문의 성장이 지연되면서 수출이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만큼,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의 활력이 줄어들면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통화완화 등) 정책효과가 민간의 소비와 투자 심리를 살리기에 부족하다면 향후 빠른 경기회복은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주요국의 신용등급 강등충격이 금융불안으로 이어져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향후 세계경기 둔화가 가속될 경우에는 국제유가 하락과 수요압력 둔화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완화될 것"이라며 "세계경기 불안 지속시 경기에 중점을 두는 정책 전환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외국계 금융기관, 한국경제 '신중론' 대세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한국경제에 대한 냉정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일 보고서를 통해 자금 조달 리스크에 따른 한국의 충격흡수 능력을 아시아 8개국 중 최하위로 평가했다.
노무라금융투자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에는 2.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UBS(3.8%)와 BoA(3.9%) 등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시각에 반발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들을 소집해 "대외 여건 때문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국내 경제 상황은 튼튼하다"며 "자의적 기준으로 한국의 대외 상환 능력이 취약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유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당국의 발언만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스토마토 손정협 기자 sjh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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