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프로페셔널CEO', 김범석 쿠팡 대표
"업체간 선의의 경쟁관계 희망..티몬 인수합병 결정 존중"
2011-08-31 12:51:20 2011-08-31 17:24:38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
 
김범석 대표에 대한 느낌이다. 그는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 대표와 사뭇 다른 점이 많았다.
 
20대 젊은이만의 패기와 영민함보다는 30대의 진지함과 신중함이 눈에 띄었다. 달변가는 아니었지만 말 속에는 힘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같이 순수하고 열정에 가득찬 모습이었다.
 
이는 남들과 다른 20대 인생의 소산물인 것으로 보인다. ‘7막7장’의 홍정욱으로 키우고 싶은 부모님의 권유로 그는 하버드대 정치학과에 들어갔지만 공부보다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두번에 걸쳐 특정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매체를 창업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여기서 펀딩, 영업, 인재채용, 조직운영 등 벤처창업에 관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또 이때 생긴 인맥과 자본은 쿠팡을 창업하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상대적으로 그는 티켓몬스터나 위메프, 그루폰 등 경쟁사에 비해 불리하게 사업을 시작한 게 사실이다. 언론의 조명을 받은 것도 아니었으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든든한 뒷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영어로 통화하는 것을 본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왜 대기업 안가고 이 고생하냐”는 핀잔을 들었고, 인재를 모으기 위해 유능한 경력자를 찾아가 사정사정했다.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조직이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한 20대 사원은 “타사에선 내 나이에 본부장을 한다”며 직급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준비된 ‘프로페셔널 CEO’였다. 열악한 상황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쿠팡을 1위 업체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30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셜커머스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며 더 크게 쿠팡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힌 그로부터 업계 선두권으로 성장한 비결, 현재 생각하고 있는 주요 이슈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1년간 성과에 대해서 간략히 말해달라.
 
▲ 지난해 8월 오픈 첫달에는 회원수가 7000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500만명이 넘었다. 트래픽 측면에서도 매일 순방문자수가 백만명이 넘으며, 월간 거래액도 300억원이 됐다. 모든 객관적 지표에서 업계 1위를 달성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검색어 입력횟수 순위에서 전체 11위가 됐다는 점이다. 이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쿠팡에 대해 알아보고 들어온다는 뜻인데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고객들이 사랑하고 만족하는 브랜드가 됐다는 점에서 뜻 깊게 생각한다.
 
- 1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타 업체들과 갈등이 심해지는 추세다.
 
▲ 쿠팡이 그저 타이틀을 얻기 위해 1위를 강조하기보다는 정말 건강한 의미로 성장을 거듭해 1위로 도약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우리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회사를 인수하거나 영업조직을 비정상적으로 키우려는 시도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대규모 고객센터 설립, 환불정책 최초 도입 등을 통해 고객만족을 실현했다.
 
최근 공격 대상이 됐다는 느낌을 받긴 한다. 내실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타사들과의 교류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앞으로 이들과 업황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선의의 경쟁관계’가 형성되길 희망한다.
 
- 티켓몬스터가 리빙소셜에 합병됐는데 어떻게 보는가. 글로벌기업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쿠팡에게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 경쟁사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신현성 대표의 결정을 존중한다. 하지만 이것이 쿠팡에게 악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예를 들면 옥션이 이베이에 인수될 때 지마켓의 경쟁력이 떨어지진 않았다. 아울러 IT업계를 놓고 봤을 때 구글, 야후 등 글로벌기업에게 한국시장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쿠팡은 내가 경영자이자 대주주로서 한국 현지에 적합한 경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만약 쿠팡이 글로벌기업에 인수됐다면 그 순간 나는 한명의 직원이 되는 것이고, 한국시장에서의 성과 혹은 고객만족보다는 이들과 상충되더라도 본사의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즉 티켓몬스터에게 기회고, 쿠팡에게 위기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여건이 척박한 국내 벤처업계 특성상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을 위해선 단계적 해외자본 유입은 적극 찬성한다.
 
- 자금은 충분한가. 혹시 추가 투자 유치 계획은 있는가.
 
▲ 충분하다. 부채가 전혀 없으며 투자금의 상당부분을 아직까지 갖고 있다. 오히려 7월에는 보유 현금이 늘어나기도 했다. 따라서 추가적인 투자 유치 계획은 아직까지 구체화된 게 없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재무환경을 추구할 것이며, 공격적인 확장이 필요하다고 싶으면 그 때 유치할 계획이다.
 
- 요새 들어 소셜커머스 성장세가 좀 주춤한 모습이다. 얼마나 더 클 수 있다고 보나.
 
▲ 성장세 주춤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쿠팡의 경우 7월 거래액이 5월과 비교해 2배 이상 올랐다. 시장의 규모는 나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도 빠르게 커나가고 있다. 특히 주목해서 봐야할 점은 상품수 증가 외 가입자당 평균매출액도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커머스 시장은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이며 소셜커머스는 여기서 상당 비중을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 소셜커머스는 IT기업이라는 인식과 달리 지나치게 노동집약적 산업이며 수익성이 약하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 역시 동의할 수 없다. 먼저 거래상품수 증가율에 비해 직원수 증가율이 더 낮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또 소셜커머스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거래숫자는 끊임없이 늘어난다. 지금도 수익성이 절대 나쁜 편이 아니며 더욱 좋아질 것이다.
 
-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가 해외 모델 따라잡기에 급급할 뿐 혁신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그렇진 않다. 물론 지역딜이나 실시간 쿠폰사업 등 주요 서비스가 미국에서 들어온 게 맞다. 하지만 한국만의 고유한 특징이 몇가지 있다. 먼저 쇼핑딜은 미국에서 활성화되지 않았다. 또 앞서 말했듯이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 이용자들은 “오늘은 소셜커머스로 무엇을 살까” 고민하고 들어온다. 일종의 대형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루폰이나 리빙소셜의 이용자는 대개 이메일을 보고 들어오는 등 굉장히 수동적이다.
 
- 반짝 홍보효과, 서비스 품질논란, 제휴사 역마진 등 아직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와 쿠팡의 경쟁력에 대해 설명해달라.
 
▲ 업계 전반적으로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본다. 앞으로 소셜커머스 시장을 리딩하는 기업은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기업이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쿠팡이 전사적인 차원으로 매달리는 것은 단 하나 고객만족이었다.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시장의 환경을 더 좋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해외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았다.
 
▲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국내시장이 우리에게 제일 소중하다. 국내 소비자에게 명실상부한 1등 브랜드로 인정받는 것에 매진하겠다. 그리고나서 한국형 소셜커머스 모델을 가지고 해외로 갈 것이다. 미국 증시에 입성할 계획인데 이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의 생각했던 것이다.
 
- 마지막으로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쿠팡의 모습은 거북이처럼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빨리 뛰고 빨리 쉬는 회사보다는 장기적으로 건실하게 크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즉 내실 강화에 힘쓴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고객만족에 충실하겠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성장할 것이니 지켜봐달라.
 
뉴스토마토 최용식 기자 cys7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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