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잇달아 감산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 달 말부터는 엘피다, 마이크론 등도 감산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치킨게임이 매듭지어져 가는 분위기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세계 5위인 난야가 지난 8일 D램 생산을 10% 줄인다고 발표했다. 난야는 대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서버용에 사용하는 스페셜티 D램 생산을 늘린다고 밝혔다.
D램 가격이 생산비 수준까지 떨어지자 공급량을 조절하는 한편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스페셜티 D램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난야가 내놓은 자구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페셜티 D램은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제품으로 난야는 이번 발표를 통해 주문을 달라는 일종의 신호를 보낸 셈인데, 거래 선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라는 쟁쟁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어서다.
신현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스페셜티 D램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난야의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도 "10% 감산으로 어림도 없다"며 "추가감산을 해야 할 판"이라고 진단했다.
난야의 발표가 있던 날 대만의 파워칩은 PC용 D램 생산을 50% 줄인다고 밝혔다. 대신 액정표시장치(LCD) 드라이버 집적회로(IC), 집적회로의 한 종류인 CMOS 센서와 전원 관리칩 생산 비중을 늘린다고 했다. 사업구조의 재편을 선언한 것이다.
파워칩은 4분기에 적자전환이 확실시되는데다 난야도 최근 모회사가 10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하는 등 내년 1분기 적자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식이 다른 업체들의 감산 발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연구원은 "3분기에서 4분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한국을 제외한 업체들이 공급량 조절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3, 4위인 엘피다와 마이크론도 같은 기간 감산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화답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지난 7일부터 사흘 동안 각각 7.3%, 16.79% 상승했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업황악화로 3분기 실적은 다소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력인 40나노급 D램에서 30나노급 D램으로 생산 비중을 원활하게 늘리고 있어 4분기부터는 실적전환이 기대된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만 업체들은 감산 이후 퇴출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올해를 지나 내년부터 승자독식 구도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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