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추석을 전후로 잇따라 나오고 있는 여당발 복지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한나라당이 구체적인 예산마련 방안없이 '장밋빛 정책'을 쏟아낸다며 "여당이 너무 치고 나간다"는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9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끌어올리는 '비정규직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일정부분도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에게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 재정의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국가장학금을 지원하는 대학 등록금 완화 정책도 제시했다.
추석 다음날인 지난 13일에는 취업취약계층의 정부 지원 직접 일자리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올해 54만명에게 9조원을 지원했던 정부지원은 내년 56만명에게 9조4000억원으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확대, 청년창업 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정부는 겉으로는 당정간의 협의를 통해 발표했다면서도 속은 편치 않은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추가 복지예산이 30조원 정도 된다”며 “한나라당이 너무 치고 나간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30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정부의 지적을 수긍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지난해 총 복지 예산이 86조였다”며 “이 가운데 10%가 증가해도 총 복지예산이 8조~9조가 증가하는데 추석전후로 내놓은 복지정책만 예산이 30조가 될 수 있겠냐”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추가재원의 구체적인 금액을 묻는 질문에는 “계산해보지 않았다”고 답을 피했다.
복지예산을 설계하는 여당 내에서 재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조차 하지 않고 선심성 정책발표부터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여당의 복지지원 예산 금액이 실제로는 작은 규모라서 금액을 밝히면 지원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밝히지 않을 것”이라며 “진짜 복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시적으로 일부계층을 상대로한 제한된 선별복지를 하면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실장은 “지원금액이 재정건전성을 해질 정도로 큰 금액은 아니다”며 “한나라당 수준의 복지예산을 결정하고 발표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백운찬 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7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통해 3조5000억원의 세수효과가 발생하고 세수가 1조원 이상 늘어난다”며 “이를 근거로 지출예산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조원 이상 늘어난 세수를 감안해도 추가되는 여당의 복지예산 재원을 확보해야하는 재정부는 셈이 복잡하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재원의 여력이 생기고, 교육재정 분야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적인 예산배정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09년 개통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해 부정수급자 등이 크게 줄어들어 재정여력이 생긴다”며 “재원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나라당이 추석을 전후해 발표한 복지정책이 추석용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출을 통제하겠다는 정부가 표만 의식해서 청년층이나 노년층, 비정규직 등 대상을 정해 복지정책을 말하는 것은 자연증가분이 발생하는 복지는 안하겠다는 것”이라며 “추석맞이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악성포퓰리즘이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송호신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도 “한나라당의 요구가 있다고 해도 예산은 정부가 결정한다”며 “결국 2013년 재정건전성과 상충하는 규모의 지출은 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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