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정부가 녹색 성장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보급 사업이 올해 목표치의 7%밖에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사업 계획을 무리하게 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그린카 산업발전 대책 이행점검 결과 및 향후 대책’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기차의 연도별 보급 목표를 올해 800대, 2013년 1만3200대, 2015년 8만5700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9월 현재까지 보급된 전기차는 59대에 그치는 등 올해 목표치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다.
저속차군인
AD모터스(038120)는 40대, 시티앤티(
CT&T(050470))는 11대를 보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속차인 현대차의 블루온은 8대를 보급하는데 그쳤다. 저속차와 고속차를 합쳐도 올해 보급 목표치 800대의 7% 수준이다.
이처럼 정부의 목표와 달리 실제 보급된 차량의 수가 크게 차이가 나면서 인프라 구축이 미미한데도 환경부가 애초부터 보급 목표를 무리하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환경부는 되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기술표준원이 급속 충전기의 KS표준 제정을 늦게 하는 바람에 지난 7월과 8월 사이 전기차 초기 물량을 출고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전기차 충전인프라의 핵심은 충전기인데, 완속 충전기는 지난 7월 KS표준을 제정하고 인증제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전기차 인프라 구축의 핵심이 되는 급속 충전기는 표준 제정과 인증제 수립이 이뤄지지 않아 전기차 보급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예정대로 전기차가 출고됐더라면 홍보 효과를 거둬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기술표준원의 인증 작업이 지연돼 답답하다”고 말했다. 급속 충전기 인증이 지체돼 전기차 보급까지 덩달아 지연됐다는 주장이다.
반면 기술표준원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환경부의 요구로 당초 계획보다 2개월 이상 앞당겨 9월 말까지 표준 인증을 마치기로 했는데, 이제와서 환경부가 기술표준원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보고서에도 급속 충전기 표준화와 인증제는 유럽과 미국 등 국가의 국제 표준 동향을 반영해 오는 12월까지 수집할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
기술표준원은 “전기차는 국제 표준 제정 초기 단계여서 해외와 국내 실정이 맞는지를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후 제정될 국제 표준과 다를 경우 국내 업체들이 국제 표준에 맞게 충전 장치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술표준원의 한 관계자는 “환경부 생각보다 급속 충전 인증이 늦어져 우리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항인만큼 환경부가 속도전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부처가 전기차 보급 지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사이 국내 전기차 선봉인
현대차(005380)는 전기차 판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블루온 250대를 생산했으나 서울시에 2대를 인도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현대자동차 아산 창고에 보관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구 인력들이 연구와 개발에 힘을 쏟기도 모자랄 판인데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차에 흠집 생길까봐 매일 닦고, 충전하면서 관리하는데 힘을 빼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 전기차를 개발할 의욕이 생기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차 크기의 블루온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더라도 쏘나타와 가격이 맞먹는데다, 충전시설 구축 등 제반 비용을 별도로 마련해야 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구입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그린카 사업이 첫 해부터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은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탓”이라며 “환경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의 부처로 쪼개져 있고, 서로 업무를 공유하지 않아 부처 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7일 내놓은 '그린카 산업발전대책 이행점검결과 및 향후대책'에서 올해 달성하지 못한 목표치를 다음해로 넘겨 내년까지 총 4000대를 공공기관에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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