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정부와 여당이 내년 예산에서 복지분야 비중을 늘리면서 사회기반시설(SOC)분야 예산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여 건설경기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건설업계에서는 내년 공공발주 물량의 감소를 대비해 저마다 자구책을 궁리하고 있다.
◇ 국토부 세출예산 14.5% 감소 예정
정부와 여당은 최근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소득·법인세 최고구간에 대한 2%포인트의 추가 감세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또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내년에 정부 예산 1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합의했고, 지난 9일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끌어올리고 5인 미만 영세 사업자에 근무하는 저소득 근로자의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도 지원하는 '비정규직 지원대책'도 내놨다.
문제는 복지예산을 어디서 조달하느냐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축사에서 균형재정과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바 있기 때문에 전체 재정지출액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SOC예산을 축소해 복지예산을 충원하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실제 국토해양부의 올해 '정기국회 예산요구안 및 중점법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의 내년 세출예산은 20조1654억원으로 올해 23조5720억원보다 14.5%(3조4066억원) 감소했다.
예산 감소액은 대부분 SOC관련 부분에서 생긴 것이다. 내년 4대강 살리기 사업 마무리 되면서 수자원 예산이 2조4593억원으로 올해에 비해 51%(2조5589억원)가 줄었다.
도로 예산도 올해(7조2489억원)보다 8.9% 감소한 내년 6조6053억원 정도 책정되고 해운·항만 예산과 도시철도 예산도 올해에 비해 각각 7.2%, 4.8% 씩 줄어든다.
◇ 중견건설사 "4대강사업 대형사만 이득..SOC물량 줄인다고?" 분노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안그래도 주택경기가 죽어있는 상황에서 공공발주 물량마저 줄어드는 상황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특히 중견건설사들은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신경이 곤두서 있다.
시공순위 30위권 내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공공발주 물량이 10% 정도 줄어들어 수주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발주물량이 줄어들면 대형 건설사들이 소규모 수주 물량도 삼키려들기 때문에 더욱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저가 수주로 경쟁하면 원청, 하청업체 다 죽기 때문에 토목 현장에서 비용을 줄이는 등의 원가절감 노력이 최선"이라며 "내년에 그나마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철도 등 특화된 사업을 선별해 입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사정이 녹록치는 않다. SOC물량은 연말쯤이면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내년 경영전략회의에서 SOC관련 부서의 인력을 대폭 줄이고 해외수주 등으로 무게중심을 대폭 옮길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중견 업체들 중에는 4대강 사업 끝날 때 쯤 되니 복지를 핑계로 SOC사업을 줄이려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견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이른바 '빅5'가 대부분 수주해 가서 나머지 회사들은 그다지 이득 본 것도 없다"며 "건설경기를 살린다면서 정권말기에 민심 수습용으로 SOC사업을 줄이고 복지 예산을 늘리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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