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ECB, 유럽사태 칼 빼들었다..남은 과제는?
2011-10-07 11:14:23 2011-10-07 13:32:47
[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칼을 빼들면서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스의 디폴트 여부가 판가름 나기도 전에, 유럽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로 먼저 파산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가신 것.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마지막으로 주재한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일단 금리를 동결했지만, 커버드 본드(자산담보부채권) 매입 재개와 장기 대출이라는 귀한 선물을 남겼다.
 
◇ 은행 유동성 일단 숨통..금융시장도 환호
 
ECB는 오는 11월부터 향후 12개월간에 걸쳐 40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 매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유동화 채권으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이달 중에는 12개월짜리, 오는 12월에는 13개월짜리 장기대출도 시행할 계획이다. 두 차례 대출 모두 고정금리로 무제한으로 유동성이 공급된다.
 
ECB는 또 1주일, 1개월, 3개월 조작을 통해 내년 7월까지 계속해서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할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은행들이 단기 자금시장에 접근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
 
이같은 조치가 발표되면서 이날 유로존 국가들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국채 및 유동성 위기 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탈리아 국채10년물 금리는 전일비 7bp 하락한 5.45%, 스페인 국채10년물 금리는 8bp 하락한5.01%를 기록했다. 6일 그리스를 제외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남유럽 4개국 CDS 프리미엄도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럽 금융기관의 단기 자금사정을 나타내는 유리보(EURIBOR)-OIS(단기 대출금리) 스프레드도 전날보다 9bp 하락한 73bp를 기록하며, 트로이카 실사단이 그리스 평가를 중단하고 출국했던 지난달 1일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프랑스 3대 대형은행의 CDS 프리미엄도 전날보다 평균 26bp 하락하며 이틀 연속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이안 맥카퍼티 영국산업연맹(CBI) 자문위원은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는 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국가 국채 및 유동성 위기 지표-
   <자료 = 현대증권>
 
 
◇ ECB, '금리인하' 카드 하나 더 남았다
 
이날 ECB는 기준금리를 기존의 1.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ECB는 올해들어 지난 4월과 7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한 이후 3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트리셰 총재는 "경제가 강력한 하락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 금융시장의 긴장과 자금공급에 불리한 여건이 유럽 경제성장 속도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간의 물가우선적 시각에서 경기우선적 시각으로 눈을 돌린 것.
 
시장에서도 물가 상승이 난방비 등 에너지 비용 상승에 국한돼 있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물가 상승요인이 상당히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올해내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쳤다.
 
또 ECB가 자산 규모 확대를 용인한 마당에 유럽 은행권의 단기 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금리 인하에 인색할 필요가 줄어들었다고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의 공조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2013년 상반기까지 제로금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점도 ECB에는 압박이다.
 
다음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의 부임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그는 유럽지역 경기침체에 대해 계속해서 우려를 표시해 왔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유럽 은행들의 유동성 공포 해소의 핵심을 ECB의 EFSF 차입 투자로 보고 있다. 트리셰 총재가 EFSF에 차입 투자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해온 상황에서, EFSF 차입 투자 여부는 드라기 차기 총재의 몫으로 남겨졌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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