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 최소화와 환경 보존을 위해 한국도로공사가 다양한 아이디어와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화재와 폭설에 따른 사고 예방, 도로 주변 잡초 관리는 물론 육안으로 확인 불가능한 교량의 상태를 첨단 장비로 점검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이미 활용되거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해당 장비와 기술에는 오랜 기간 고속도로 관리를 통해 얻은 도로공사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
◇ 터널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 최소.."예산은 5분의1"
새로운 고속도로망이 지속적으로 확보되면서 우리나라 전체 고속도로 중 터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년 사이 두 배가 증가했다.
9월말 현재 도공이 운영 중인 전국 3632km 고속도로 가운데 터널은 242km(323개소)에 이른다.
터널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차량 사고에 따른 화재도 지난 2004년 2건에서 지난 해 10건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해당 터널 대부분이 관련 기준이 제정된 2004년 이전에 만들어져 피난 관련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피난연결통로는 지난 2004년까지는 1000m 이상 터널의 경우에만 설치하도록 돼 있었지만 2009년에 500m 이상 터널 기준 차량용(750m간격), 대인용(250m간격) 설치 의무로 규정이 강화됐다.
실제로 500~1000m의 터널 123개소 중 피난 연결통로가 설치된 곳은 93개소, 제트팬과 같은 제연시설을 갖춘 터널도 30개소에 불과하다.
또 화재 발생 시 유독연기를 터널 외부(주행방향)로 배출해 피난 통로를 확보해 주는 제트팬은 터널 1개소당 설치비용이 47억원에 달해 재원 확보가 어렵다. 또 설치공사로 인한 오랜 기간 교통 통제로 고속도로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신속한 설치와 예산 절감은 물론 가동 후 효과도 빠른 '터널방연에어커튼'을 도입하기로 하고 최근 실제 터널 화재를 가정한 터널 시범 가동을 실시했다.
에어커튼은 터널 화재 발생 시 고압 공기로 일명 '바람막'을 만들어 유독연기가 역류하는 것을 차단하는 장비다. 터널 천장에 설치된 공기 분사장치는 도로면까지 완벽하게 고압 공기 커튼을 형성한다.
가동시 탁월한 연기차단 효과로 대피공간 확보가 빨라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특히, 개소당 설치비가 9억원으로 47억원이드는 제트팬에 비해 크게 경제적이다.
◇ 세계 최초 교량 점검 첨단 무인 로봇 개발
접근 자체가 어렵거나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교량의 하부 결함 등을 정밀 진단하는 첨단 무인 로봇도 세계 최초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 6000여개의 고속도로 교량을 상시 점검하기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안전사고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도로공사는 이를 보완하고자 지난 2009년 교량을 무인점검하는 첨단 로봇 'U-BIROS'(Ubiquitous Bridge Inspection Robot System)를 개발,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교량 상부의 갓길 폭 내에 정차할 수 있는 소형트럭과 카메라가 장착된 원격제어 로봇, GPS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무인점검 로봇은 교량 외관을 정밀 촬영하고 외관조사망도를 작성한다. GPS 및 제어기술 등을 이용해 교량 하단 전체 확인은 물론 위치별 외관 확인이 가능하다.
무인로봇이 획득한 정보는 3D 데이터로 제공돼 교량의 미세한 균열이나 손상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도로공사는 그동안 육안 확인 방식에 따라 점검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교량의 등급을 정했던 것에서 한층 안정된 교량 관리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또 연 30억원의 정기점검(연2회)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 환경 파괴범 제초제 NO.."끓는 물로 잡초 제거"
여름철이면 고속도로변에 무성히 자라는 잡초 또한 제때 제거되지 않을 경우 교통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속도로변 잡초 역시 도로공사가 꼼꼼히 신경쓰는 관리 대상으로 매년 막대한 제초 인력과 장비를 투입한다.
최근에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화학성 제초제를 사용해 환경파괴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도로공사 군위지사가 자체 개발한 독특한 방식의 제초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100℃로 끓는 물을 분사해 잡초를 제거하는 '고온수 제초 작업 차량'이 바로 그것.
지난해 4월 근위지사 직원들이 아이디어로 개발된데 이어 시험 운행을 거쳤으며, 올 7월 특허등록까지 완료한 순수 도로공사의 기술이다.
현재 상용화를 위해 장비 생산 적정 단가 등을 조율하고 있으며, 도입될 경우 제초제로 인한 환경파괴 걱정은 사라지게 된다.
◇ 지열 높여 고속도로 눈 녹인다
연인원은 7만8729명, 장비 9만5362대, 소금 18만톤, 모래 4만7000톤, 염화칼슘 4만5000톤...
지난해 폭설로 전국 도로에 투입된 인력과 장비 등의 수치다.
그동안 발열콘크리트, 염수자동살포기, 전열선 등 다양한 방식의 논 녹이는 기술 도입을 시도 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많이 내리는 눈 때문에 이론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섰다. 또 내구성이 약하고 유지관리비용도 많이 들어 상용화의 어려움이 있다.
염화칼슘 살포와 같은 재래식 융설작업도 한계에 달했다.
효과적인 제설작업을 고민하던 도공은 지하수로 땅을 가열시켜 눈을 녹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땅속 150m 아래에 흐르는 15℃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30℃로 가열한 뒤 도로포장 5㎝ 밑에 매설된 파이프에 온수를 공급하는 기술을 개발해 낸 것.
이렇게 공급된 물은 도로면 온도를 5℃까지 올려 눈을 녹인다.
실험결과 10시간 이내 2.6cm(일반적인 강설 패턴)의 눈이 올 경우 즉시 눈이 녹았다.
6시간 내외 17cm(차량통행 없이 밤새 쌓이는 최악의 경우 가정)의 폭설이 내릴 경우 30분 후부터 차량통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눈이 녹기 시작했다. 특히 배관이 깔리지 않은 부분도 2~3시간 경과 후 부분적 융설이 이뤄지는 탁월한 효과를 냈다.
도로공사는 이 기술을 도입할 경우 기존 전열선 가열방식에 비해 전기사용량이 75%나 낮아져 4~5년 내에 설치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제설제로 인한 차량, 구조물의 부식 방지는 물론 도로 포장의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도로공사는 기술을 더욱 향상시켜 눈이 내리기 전 공기중 습도변화를 감지해 시스템이 자동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석효 도로공사 사장은 "고속도로 사고 예방을 위해 열린 사고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화 하고 있다"며 "고속도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첨단 기술 개발과 도입, 이에 따른 예산점감은 물론 환경까지 생각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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