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삼성전자가 LTE(롱텀에볼루션) 통신장비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자칫 기존 통신장비 시장의 강자들과 저가 공세의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사업성을 잃을 가능성도 있어, 삼성전자의 대응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9100억원 규모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진 LG유플러스는 전체 중 20% 가량의 LTE장비 물량을 삼성전자에 배당했다. 삼성전자는 경상남북도 지역에 LG유플러스의 LTE 네트워크를 증설하게 된다.
SK텔레콤도 올해 906억원, 내년에는 2369억원을 들여 전국 82개 주요도시에 LTE 네트워크를 깔게 된다. 삼성전자는 약 20% 가량의 발주물량을 배정받아 관련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특이한 것은 중국 통신장비 사업자인 화웨이가 장비 호환성 등을 이유로 발주 물량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화웨이가 1차 물량에서 기존 장비 가격의 50~60%를 제시했지만 2차와 3차 물량 가격까지 동일한 조건으로 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발주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경우 다른 경쟁사보다 타 브랜드와의 장비 호환성이 낮아 1차 물량에서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2차부터 가격을 일정부분 올리며 네트워크 물량을 거의 전량 확보하는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LTE 전국망 경합에서 한 건의 발주도 추진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이 나머지 물량도 1차 가격과 동일한 가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저가공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삼성전자는 세계 굴지의 통신장비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를 얻게 됐다.
삼성전자는 약 2년 전부터 LTE 장비 물량 소화를 위해 기존 네트워크사업부의 와이브로 인력 대부분을 LTE장비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TE의 핵심기술과 60%이상 흡사한 와이브로에서 터득한 기술로 LTE 장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이번 발주 물량을 성공적으로 소화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장비사업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아틀라스에 따르면 2013년 전체 LTE 장비 시장의 규모는 52억달러 수준이다. 2014년에는 120억달러로 LTE장비 시장이 급성장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통신사업자 스프린트와 맺은 30억달러의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일약 통신장비 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스프린트는 50억달러 규모의 통신장비를 발주한 바 있다.
스프린트와의 계약 이후 전세계 통신사업자의 통신장비 구매 상담차 삼성전자 방문이 줄을 이어 즐거운 비명을 질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세대(2G)와 3세대(3G) 통신장비 시장에서 전세계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에릭슨이나 노키아 등 2위권 사업자에게 이름값에서 뒤지고, 저가 공세의 화웨이 등에 치여 번번히 장비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한다.
관련업계는 이번 LTE 발주가 삼성전자에게 기회이자 위기라는 판단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향후 1년 이내 해외에서 대형 LTE장비 발주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통신사의 LTE 네트워크 구축이 해외 통신사업자들의 벤치마크 사례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삼성전자가 통신장비의 핵심인 타 브랜드와의 호환성과 통신 효율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느냐에 장비사업자로서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KT(030200)도 다음달부터 280억원 규모로 LG에릭슨과 노키아지멘스, 삼성전자에 각각 LTE 통신장비 발주를 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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