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앞두고 벌어지는 론스타 논쟁을 보면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알토란 같은 외환은행의 대주주는 유죄가 확정된 투기자본이다. 남아서 배당익을 빼먹든 팔아서 수익을 챙기든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최대한 이익을 덜 빼게 하는 게 최선이지만 법적 문제에 가로 막혀 그러지 못했다. 어쨌든 론스타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성업공사(현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지 13년만에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외환은행 배당과 매각으로 그동안 챙긴 4조6633억원을 포함해 론스타가 한국서 거둬들인 이익은 최소 1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부실채권 매입부터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매각 등 부동산 이익에 기업(극동건설) 매각익 등 쏠쏠히 남는 장사를 해왔다. 과도한 이익에 국세청의 과세가 시작되자 론스타는 지난 2008년 4월 국내 사업장인 론스타코리아를 폐쇄하기에 이른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상식도 파괴했다.
누군가는 해외자본이라고 차별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일리는 있지만 사모펀드의 속성을 간과했다. 회사의 영속성과 고용 창출, 건강한 경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치고 빠지기’식의 먹튀를 반복하는 게 사모펀드다.
한미은행을 판 칼라일, SC제일은행을 중간 매각한 뉴브리짓캐피탈을 포함해 한국 금융권은 이들 사모펀드의 돈놀이에 놀아났다. 이들의 속성을 알기까지 참으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 온 셈이다.
무엇보다 공분을 사는 건 금융당국의 태도다. 당국은 아직까지 론스타의 실체 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6개월마다 하게 돼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대로 안 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데 이제 와서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나섰다.
설사 산업자본으로 판명 나도 곧 떠나는 론스타의 이익은 변하지 않는다. 론스타의 파트너들로 로비단체 ‘김앤장’과 금융당국ㆍ기획재정부 관료들이 끊임없이 거론되는 이유다. 허위 공문서에 각종 로비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밝혀진 것도 없다. 야당은 다음 정권에서 '청문회를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제 곧 떠나는 론스타로부터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급작스런 외환위기와 연이은 사모펀드의 공습에 금융 시장과 당국은 내내 무기력했다. 사모펀드 등 외국투자자들을 엄격히 규제하면 국가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논리도 펴왔다.
건전한 해외투자자가 건전한 경제활동을 한다는데 이를 막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론스타 같이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로 경제 질서를 교란하는 투기 자본은 엄벌에 처하는 게 최소한의 상식이고 국민적 요구다. 다시는 투기 자본에 한국 경제의 건전성이 훼손되는 일은 없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계가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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