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앵커 :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파행으로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복지예산 증액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민생·복지 예산을 지난해 보다 3조원까지 증액한다는 게 골자인데요. 더구나 한나라당에서 일명 '버핏세'라며 소득세에서 최고구간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난감하다는 반응입니다. 당장 도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버핏세에 대해 경제부 송종호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송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 안녕하십니까? 말씀하신대로 한나라당이 현재 8800만원 초과인 소득세 최고구간을 1억2000만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신설하고, 세율도 38에서 40%로 확대하자는 내용의 일명‘버핏세’를 들고 나오면서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여당내부에서 조차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앵커: 본래 버핏세라는게 지난 8월 미국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뉴욕타임스에 "부자들에 대해 증세하라"며 기고를 한 이후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거죠?
기자 : 그렇습니다. 원래 버핏세는 미국에 장기자본소득 세율을 높이자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소득세율 인상으로 변질됐습니다.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적 전략에서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부자와 그렇지 못한 다수를 편가르는 표 계산이 깔린 탓에 껍데기 논쟁만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감세였는데, 지난 9월 세법개정안을 만들면서 사실상 감세를 철회했죠. 그런데 여당이 소득세율 인상을 하겠다. 내년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여당이 주장하는 버핏세는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기자 : 사실 여당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은, 얼핏 설득력이 있어보이지만,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것으로 얻어지는 세수가 1조원에 불과하고, 최고 세율을 내는 사람의 경우, 4대보험이나 주민세를 포함하면 세율이 52%나 되는 만큼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이 아닌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역시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텐데요.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우리의 세율이 낮은 편입니까?
기자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가 버핏세의 본래 목적에 맞는 측면이 큽니다. 애초 버핏세는 버핏이 자신과 같은 초고소득자가 자신의 비서보다 낮은 세금을 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비롯됐으니까요. 우리나라 역시 대표적인 자본소득인 주식양도차익에는 과세하지 않고 있습니다. 1991년 비상장 주식의 양도차익에 과세하기 시작했고, 1999년부터는, 대주주의 보유 주식에 세금을 매겼습니다. 양도차익에 전면적인 과세를 하지 않되 증권거래세로 유가증권시장엔 0.15%, 코스닥 시장엔 0.3%세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역시 국제 기준과 거리가 멉니다. 미국이 1913년부터 주식양도 차익에 과세했고, OECD회원국 대부분이 자본소득에 세금을 걷고 있습니다. 과거엔 금융산업 발전과 주식시장의 육성을 위해 주식양도 차익에 비과세했지만 이제는 국내 주식시장이 성숙한 만큼 비과세 명목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정치권의 주장입니다.
앵커 :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모든 상장 수식의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더구나 현정부 들어 사실상 백지화된 종합부동산세의 정상화까지 이야기 하고 있다고요?
기자 : 사실 여타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정희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버핏세에 가장 부합한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소득세율의 최고구간을 신설해 최상위 소득자 세율을 35%에서 40%으로 높이고,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를 강화해 국회 계류중인 종합과세기준금액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현정부 들어 사실상 무력화된 종합부동산세를 정상화해 금융자산 뿐 아니라 부동산 자산까지 고액자산가의 과세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 얼마전까지 감세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정부로서는 난감하겠군요. 정부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 사실 정부는 겉으로는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속으론 안심하고 있습니다. 여당내에서도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을 설득해 소득세율을 높이는, 1차원적인 버핏세 조차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오늘말씀 고맙습니다.
뉴스토마토 송종호 기자 joist189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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