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체크카드 이용자 늘어난 진짜 이유는?
2011-12-08 11:41:32 2011-12-08 11:43:00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과소비를 방지할 수 있는 체크카드 발급이 최근 크게 늘어난 것은 가계부실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나타낸 것일까? 혹은 카드 이용자들이 스스로 '현명한 카드 사용' 방법을 터득해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과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일까?
 
답은 한마디로 '글쎄'다. 
 
체크카드 이용실적이 급증하긴 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당국의 의도대로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체크카드로 움직였다기 보다는 주로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의 체크카드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 은행에서 불필요한 체크카드를 발급한 영향도 있어, 당국의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 1~9월까지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5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1%(13조9000억원) 증가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우리나라 직불카드 사용 비중이 너무 낮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고, 권혁세 금감원장도 "신용카드 발급기준을 강화해 체크카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듯 하다.
 
그러나 체크카드 이용이 증가한 동시에 신용카드 실적도 함께 상승해, 신용카드 이용자가 체크카드로 이동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1~9월까지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385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81조9000억원) 증가했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신용카드에서 체크카드로 이용자를 유인하겠다는 당국의 계획과는 거리가 먼 결과다.
 
즉, 체크카드의 이용액이 늘어난 것은 현금보다 체크카드가 이용이 편하고 혜택이 늘어나다 보니 20대 대학생들의 이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것.
 
한 카드사의 연령별 체크카드 이용액 비중을 보면 20대가 전체 이용액 가운데 42.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가까운 체크카드 이용액을 20대가 소비한 셈이다.
 
게다가 지점간 경쟁으로 인해 신용카드가 있는 고객은 물론 이미 체크카드를 소지한 고객에게도 불필요한 체크카드 추가 발급을 권유하는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당국의 요구에 구색만 갖추겠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요즘 체크카드 프로모션기간이어서 아는 사람 혹은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체크카드 발급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점 간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최대한 많이 발급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대학생들의 체크카드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이 체크카드를 활성화하겠다며 소득공제 혜택을 늘리고, 체크카드 혜택도 늘리라고 카드사를 압박하지만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수수료 수익이 없는 체크카드를 혜택만 늘릴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까지 낮춰 체크카드 수익은 더 떨어졌다"면서 "아무리 체크카드 혜택을 많이 줘도 신용카드 이상으로 줄 수는 없기 때문에 체크카드로 고객들이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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