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앵커 : 기름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알뜰주유소'의 기름 공급자 선정이 또 무산됐습니다. 정부는 이제 재 입찰과 별도로 수의계약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정부와 정유업계 간의 입장 차이가 큰 데다 기존 주유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올해 말 출시한다는 알뜰주유소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산업부 윤성수 기자와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어제 알뜰주유소 재 입찰이 유찰되었죠?
기자 : 네. 정부가 기존 주유소보다 최대 100원까지 싼 알뜰 주유소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사들이 정부의 알뜰주유소 재 입찰에 참여했지만 결국 두 번째 유찰됐습니다.
지난달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3사가 참여한 1차 입찰이 지난 15일 유찰된데 이어, 이번에 실시된 2차 입찰에서도 역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싼 값에 기름을 팔겠다는 알뜰주유소인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공급가를 최대한 낮추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정유사 측은 마진 문제와 기존에 거리해는 주유소와의 형평성 문제를 내세우며 난처하다는 반응입니다.
앵커 : 그럼 알뜰주유소에 대해 살펴보아야겠는데요. 윤성수 기자 '알뜰주유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기자 : 지식경제부(지경부)가 지난달 3일 발표한 '알뜰주유소 추진계획'은 국내 석유시장이 정유 4사 독과점 구조로 되어 있어 경쟁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새로운 알뜰주유소가 등장하면서 기존 정유시장 유통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지경부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로 하여금 국내 정유사에서 석유제품을 싼값에 공동 구매해,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50원에서 최대 100원까지 싸게 팔겠다는 것입니다.
오는 2015년까지 전국 자가폴 주유소와 고속도로 주유소 1300곳을 알뜰주유소로 전환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내년 초까지 최소 300개 알뜰주유소를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 이렇게 두번째 입찰 마저 유찰됨에 따라 또 다시 재입찰에 들어갈 계획인가요? 정부측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기자 : 알뜰주유소 공동구매 선정이 또 다시 불발된 가운데 지경부가 수의계약을 통한 공급사 선정에 또 다시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지경부는 알뜰주유소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현대오일뱅크도 수의 계약 대상에 참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경부는 유찰된 협상 결과를 반영해 입찰조건이 변경된 재공고를 통한 재입찰을 추진하고 연내까지 알뜰주유소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 수의계약으로 이어진다면 정유사와의 공급계약이 성사될 것을 보이사나요?
기자 : 현재 업계는 이미 두 차례나 입찰이 유찰된 만큼 수의계약 협상이나 3차 입찰에서도 입찰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입니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마진이 100원 가량 나는 상황에서 리터당 50원 정도 싸게 공급하라는 정책을 따르는게 어렵다"며 "이미 올 상반기에도 리터당 100원씩 할인해주며 2분기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알뜰주유소 자체가 기존 주유소보다 낮은 가격에 석유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것인 만큼 가격 타협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깁니다.
앵커 : 입찰에 참여한 정유사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기자 : 우선, 정유사들은 정부와 주유소 사이에서 난처해 하고 있습니다. 먼저 올해 3분기 최대실적을 거둔 정유사들이 장사를 잘한 만큼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주유소업계도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주유소협회와 자영주유소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정유사가 알뜰주유소 물량 공급자로 낙찰될 경우 해당 정유사의 상표를 달고 있는 주유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유소가 도산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알뜰주유소에 더 싸게 기름을 공급하면, 알뜰주유소와 경쟁해야하는 다수의 자영주유소들은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협의회는 "알뜰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하는 정유사에 대해 폴사인을 철거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업계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올해 안에 알뜰주유소 1호를 출범시킨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하지만 정부, 정유사, 주유소 등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알뜰주유소의 출범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앵커 :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자 : 감사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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