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올해 정유업계는 정부의 잇단 기름값 인하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내수에서 부진했지만, 수출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특히 올해 정유4사의 수출액이 벌써 76조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훌쩍 넘어섰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2008년 68조115억원도 크게 웃돌고 있다.
회사별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이 28조4364억원(1∼9월 실적)으로 가장 많았고, GS칼텍스 24조7909억원, 에쓰오일 16조3761억원, 현대오일뱅크 6조5440억원 등의 순이다.
◇ 정유사는 '내수기업'?..이젠 '수출기업'
흔히 정유사를 생각하면 원유를 수입해 주유소에서 파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국내에서 파는 것보다 해외에서 파는 매출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기업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정유사가 내수기업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에선 기름을 비싸게 팔아 큰 돈을 버는 것처럼 보고 있지만 실제 이익은 대부분 수출에서 창출된다"고 말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까지 올린 매출 51조4400억원 가운데 수출액이 55%를 차지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과 수출을 동시에 기록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올해 중질유분해시설을 확충한 덕분에 올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29조6177억원의 수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글로벌 마케팅을 통한 수출규모 증대를 통해 매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정유사들의 전체 매출액중 수출비중이 계속 높아져 현재 60%를 넘어선 상태다. 주유소 등에서 파는 기름, 즉 내수는 40%에도 못미친다.
정유사들이 수출기업이 된 것은 전적으로 '고도화' 설비투자 덕분이다. 정유사들은 '지상의 유전'으로 불리는 고도화 설비에 매년 막대한 투자를 해왔는데, 원유에서 나오는 가장 질이 않좋은 기름(벙커C유)을 휘발유나 경유로 바꿔 주는 고도화 설비야말로 수출의 핵심이다.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도 현재 세계 최고수준의 고도화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올해 초 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정유산업이 곤혹을 치르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일본에 석유제품을 우선 배정해 수출하면서 대(對) 일본 석유제품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 정유사 "실적은 좋은데, 눈치는 보이고…"
이처럼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정유업계이지만, 내수시장에선 각종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알뜰주유소' 압박과 함께 소비자들에겐 '기름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정유사로선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정유사들은 각종 광고와 홍보자료를 통해 '수출기업'의 이미지를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석유제품은 품질로도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해 있다"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될 내년엔 석유제품이 다른 어떤 품목보다도 수출효자종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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