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뉴스토마토가 새롭게 선보이게 될 시사 대담 프로그램인 <권순욱의 정치토크>는 그 첫 회로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노무현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 10일 뉴스토마토 본사 사옥에 자리잡은 공연장 아르떼홀에서 열린 이날 대담에는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영대 17대 국회의원,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등 3명이 참석, 권순욱 정치경제부장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하는 대담 전문이다.
◇ 대담 : 권순욱 정치경제부장
◇ 정리 : 박수현 기자
권순욱(이하 권) - 큰 주제를 몇 개 골라봤다. 기탄없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씀해 달라. 오늘 모신 세 분은 이백만 전 청와대 수석, 김영대 전 17대 의원, 팬클럽도 보유한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들 가운데, 소위 ‘친노’라 불리는 대부분은 민주통합당으로 가셨다. 통합진보당에는 유시민 대표를 비롯해 세 분 정도가 전부다. 첫 번째 질문을 드리겠다. 민주통합당으로 가신 친노들과 통합진보당으로 온 세 분은 가는 길이 다르니까 다른 선택을 한 것일텐데 어떻게 다른가?
이백만(이하 이) - 그 분들과 우리의 길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큰 방향은 같다. 약간 다른데, 차이점이라고 하면 우리는 진보적인 정책이나 이념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다. 반면에 저 쪽은 상대적으로 자유주의 정책이 강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접근의 차이 때문에 그렇다.
권 - 이념적인 측면에서 말씀 하셨다. 그런데 이념적인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국민참여당)의 차이를 일반 대중들은 크게 느끼지 못한다.
"노무현 계승이 아니라 극복을 위해 통합진보당에 왔다"
김영대(이하 김) - 한나라당에 맞서 야권이 연대해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에 큰 공감대가 있다. 그래서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왜 나뉘었느냐. 엊그제 유시민 대표가 노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통합진보당을 지지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야권연대를 할 텐데 정책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단지 정당 간 어떻게 활동하는가가 다른데, 사실 노무현 대통령도 고전적으로 얘기하는 정치의 조건을 갖추신 분은 아니다. 저 역시도 노동운동을 하다 보니까 정치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경우다. 노동의 조건, 비정규직 문제, 삶의 문제, 남북관계 등을 해결하려면 결국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여의도 제도권 정치에 들어와 보니까 가난한 노동자나 뜻이 좋은 분들이 버티기가 힘든 조건이다. 잘 아시겠지만 과거 개혁국민정당이 유 대표와 더불어 노 대통령을 만들었다. 그 때 개혁당은 자발적 참여자들로 넘쳤다.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서 열린우리당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당에는 (있어보니) 자발적 참여자가 없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지구당에서 절대적으로 행사한다. 이렇게 몇 명이 모여서 하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지 않느냐 하는 점에서 우리의 길은 새로운 길이라 할 수 있다.
권 - 이백만 수석은 이념적인 측면을, 민주통합당보다는 조금 더 진보적인 색채를 가져간다는 점을 말씀하셨고, 김영대 실장은 정당문화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천호선(이하 천) - 저는 두 가지만 설명을 드리겠다. 첫째, 조금 과감하게 얘기하면 민주통합당에 가신 분들은 노 대통령을 계승하려고 하는 분들이다. 반면에 우리는 노무현을 극복하려고 모였다. 우리의 한계는 정치세력이었다. 시민이 참여하는 정치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둘째, 우리는 보다 더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려고 한다. 한미FTA가 날치기 됐을 때 반대시위에 참가했다. 당시 노무현재단에서 준비한 반대 피켓을 들었는데 거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것은 틀렸고 노무현의 것은 옳았다’고 썼더라. 그런데 참여정부 당시 우리가 공무원들의 보고만 듣고 ISD 독소조항 같은 부분들은 잘못 판단했었다.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의 것도 틀렸다고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통합당과는) 큰 노선의 차이가 있다.
이 두 가지가 우리를 이 길로 오게 했다.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에 가신 분들은 노 대통령이 했던 것들의 유지, 계승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시민들이 당원으로 참여하는 정당 vs 시민들이 국민경선에 참여하는 정당
권 - 정책과 이념의 측면에서 노 대통령의 극복을, 참여정부 때 노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에 대해선 반성적 회고와 성찰을, 그리고 정당문화에 있어서 시민참여 부분을 강조하셨다.
그런데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활성화 되고 나꼼수 열풍이 있었다. 이 현상에 힘입어 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것도 말씀하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아닌가? 통합진보당이 강조한 자발적 참여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의 흥행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김 - 최근 새로운 민주통합당의 대표를 뽑는데, 당이라는 것은 목적을 가진 집단이기에 당을 이끌어나가는 대표는 당원이 뽑아야 한다. 국민이 뽑는 것은 사실 이상한 일이다. 이건 민주당 스스로 국민의 뜻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당원이 (당 대표를) 뽑으면 국민도 인정할 대표성 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당원들이 튼튼하게 받쳐주는 당에 국민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정당이 제대로 들어서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극복하겠다고 하다가 자칫 일회성에 그칠 경우, 국민의 뜻을 어떻게 대변할 수 있나. 한나라당 비대위도 이와 똑같다. 당원들을 배제하고 밖의 사람을 데려다가 어떻게 하려는데, 당장의 사태만 극복하려는 모습이다. 당을 계속 이끌어 갈 사람은 당원과 당직자다. 그런 튼튼한 정당이 서는 것이 진보당의 목적이다.
이 - 저는 민주당의 신선한 바람을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면, 통합진보당이 탄생한 것도 상호작용을 했을 것이다. 우리의 등장이 저쪽에게 자극이 됐을 것이라 본다. 국민참여당을 왜 창당햐냐고 했을 때 제가 이렇게 대답했다. 민주당이 잘하면 국민참여당은 사라진다고. 제발 국민참여당이 사라지게 농담조로 잘해달라고 그랬다.
친노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한다.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으로 갈라져서 사람들이 헷갈리는데, 친노도 재야친노(在野親盧)와 재조친노(在朝親盧)로 나뉜다. 제도권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재조친노다. 한 자리를 하셨던 분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민주통합당에 가셨다.
반면에 통합진보당은 우리 셋 정도다. 대신 통합진보당에는 한 자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따르려 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대거 합류했다. 민주통합당과 우리의 차이도 바로 그 차이다.
권 - 민주당의 시민참여가 일회성에 그칠지 어떨지 한 번 지켜보자. 그런데 통합진보당이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 새진보통합연대가 합쳐서 탄생했는데, 통합의 시너지가 좀 약한 것 아닌가? 그리고 정당은 당원들에 의해 유지된다고 강조하셨다. 당연하고 맞는 말인데, 진성당원제를 해도 시민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폐쇄적으로 된다. 양면이 있는 것 같다.
천 - 맞다. 양 측면이 있다. 시민이 제1야당을 점령하자고 하는 것, 이것이 기존 민주당의 기득권을 해체하는데 혁신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민주통합당의 활동이 일회성에 머물진 않겠지만, 이런 것이다. 과연 이것이 항상적인 정당체제로 갈 것인가를 보자. 당원들의 권리가 사라지고 시민들이 일상적 당 활동에 참여할 것인지 의문이다. 참여민주주의는 일상적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투표는 멋지게 했지만 갈수록 시민들의 의식도 약해지고, 인기에 힘입어 당선된 지도부가 오히려 독선적으로 당을 이끌어 갈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정당 운영자금은 당비와 국고보조금으로 마련된다. 큰 정당은 이미 많이 보조금을 받지만 당비를 내는 당원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하면 당비를 내는 당원들이 사라지게 된다. 그럼 당이 해체될 수도 있다. 주인의식을 가진 당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당을 이끌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통합진보당의 진성당원제에도 위험성이 있다. 마치 당원들이 투표권을 독점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저는 (진성당원제로) 당원들이 책임 있게 이끌어 나가면서도 시민들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면, 50%의 당원투표에 50%의 국민투표로 후보를 뽑는 방식이다. 아직 우리 당이 작고, 불이 붙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의 방식이 옳은 방향이라고 확신한다.
"외롭다는 건 고급스럽고 매우 아프고 힘들다"
권 - 재조친노와 재야친노라는 표현이 재밌다. 이 전 홍보수석은 물론 재조친노이시다.
이 - 편의상 그렇게 한 것이다. 통합진보당에는 한 자리 하지 않았으면서도 노무현 정신을 추구했던 분들이 많다. 오히려 재조는 우리 당에서 소수다.
권 - 친노들이 세 분과 다른 선택을 한 것에 대한 인간적 감정을 여쭙고 싶다. 지금 통합진보당에 온 친노가 굉장히 소수다. 민주통합당은 재조친노들이 대거 총선 예비후보로 진출하고 있다. 굉장히 뚝 떨어져 나왔는데, 외톨이가 된 느낌은 없나? 외롭지 않나?
김 - 저는 친노를 측근과 측근이 아닌 걸로 분류하고 싶다. 노 대통령 당선 될 때 영향력을 행사했던 주요그룹이 있었다. 사실 저는 가까이 옆에서 돕지는 않았지만 노 대통령과 노동현장에서 당선 이전부터 많이 만났다. 대우조선에서 싸울 때부터 인연이 시작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사정위원회를 만들 때, 노 대통령이 위원으로, 저는 민주노총 대표로 같이 하기도 했다. 그런 인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지냈다. 대선후보로 나오셨을 때도 그를 돕고자 민주노동당을 나와서 돕게 됐다.
사실 저는 민주노총 출신이라 민주당 출신하고는 결이 다르다. 그렇게 2002년 대선 때부터 노 대통령을 돕기 시작했다. 측근이 아니어서 아쉬웠던 건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참여정부 때 대변하고 영향력을 좀 발휘하고 싶었는데, 접근할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노동문제를 절충하고 완충하는 단계에서 밖에 있던 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바로 그런 한들이, 정신들이 모인 것이 국민참여당 당원들 아닌가 싶다.
이 - 어떤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들하고 이야기를 했다. 그 때 좀 외로움을 느꼈다. 노 대통령을 모시고 청와대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이 이번에 예비후보로 등록할 분이 50명이 넘는단다. 등록을 안하고 참모로 일하는 사람까지 하면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유이하게 저와 천 대변인만 진보당으로 왔다. 외롭지 않느냐 한다면 당연히 외로움을 느낀다. 제가 그 자리에서 사회를 바꾸고, 정권을 바꾸고,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려면 진보세력이 필요하다고 그랬다. 그런 차원에서 저와 천호선의 역할이 커질 테니 많이 도와 달라고 했다.
천 - 외롭다는 것은 고급스러운 표현이다. 사실 매우 아프고 힘들다. 지금 이 순간도. 실제로 국민참여당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이 반대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정당을 아무 것도 없이 만들었다. 돈도 없고 후보도 없이 인터넷 공지 띄워서 했다. 그래서 냉정히 말하면 구 국민참여당이 정당 수준에 올라갔다고 할 수 없다. 정치까페 수준이었다고 할까. 아무튼 거리감도 느끼고 말하기 불편해서 일부러 꺼내지 않는 말도 있고 그렇다. 이렇게 다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어느 한 쪽이 맞고 한 쪽이 틀리다고 할 수 없다. 유시민 대표의 말 중에 동의하는 것이 서로 옳을 수도 있고, 서로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감한다. 그 분들과 거리감이 많이 생긴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고, 지금도 매우 힘들다.
"민주통합당 국민경선,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권 - 알겠다. 화제를 바꿔보자. 이해찬 전 총리가 ‘시사IN’ 인터뷰에서 독하게 말씀하셨다고 할까, 유 대표를 비롯해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친노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했다. 본진인 민주통합당에 와서 내부경쟁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정당을 바꾸고 혁신을 하고 노무현 가치를 계승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앞으로 진보당에 합류한 유 대표를 비롯한 사람들의 정치적 전망을 비관적으로 예측했다. 미래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던데..어떻게 생각하나?
김 - 노무현 대통령도 꼬마민주당을 하다가 제1야당을 선택해서 대통령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유 대표가 말하길 노 대통령도 대통령이 됐음에도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을 극복하고자 하다가 결국 퇴임 후에 아픈 일이 발생했다.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변화를 대통령이었음에도 못했는데, 이걸 상층에서 만들 수 있을까? 어렵다. 상층과 하층의 결합이 어렵다. 퇴임 후 진보의 미래를 쓰신 것은 못다 간 길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진보진영과 87년 체제 이후를 말해야 한다. 87년도 당시 같이 투쟁했던 분들이 아직도 현장에 있다. 몇 분들은 뽑혀서 민주당으로 갔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데, 이들이 주체세력으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것이 성공해야 한국정치의 근본을 바꾸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운 길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도 정말 외로울 때는 혼자서 서 계셨다. 그것처럼 (우리의 길도) 국민들이 결국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통합당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흐름, 굉장히 중요한 흐름인데 민주통합당이 잘 담으면 성공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진짜 바란다. 그런데 예전에도 오픈 프라이머리라고 했지 않나. 이번에는 일회성 이벤트를 하다가 끝나는 정치가 아니길 바란다.
"소선거구제에서 지역주의 양당 절대 양보 안해..제3세력 있어야 깰 수 있어"
권 - 우리의 논의가 현재 본질에 다가왔다. 87년 6월 항쟁으로 획득한 현행 헌법을 소위 87년 체제라고 하는데, 87년 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통합진보당은 정치혁신을 위해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에 87년 체제를 끝내기 위한 과제가 반 한나라당 전선으로의 정권교체라는 이들이 있다. 이해찬 전 총리가 말하는 길이다.
천 - 87년 체제는 현재 간단히 얘기하면 지역주의와 보수주의가 부정적인 의미로 남아있는 상태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극복이 안 되고 있다. 지역주의는 많이 얇아졌음에도 이것을 유지시켜 주는 기제가 소선거구제다. 영남과 호남의 주민들에게서 지역주의는 현저히 없어졌지만, 정치인들이 선동해서 한 표라도 더 받으면 한 지역에서 한 정당이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소선거구제다. 이것이 뒤집어져야 지역주의가 완전히 없어질 수 있다. 그래야 건전한 보수 대 건전한 진보 구도, 다당제 등으로 갈 수 있다. 그런데 소선거구제에서 제1당, 제2당은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다. 국민참여당, 통합진보당을 만든 가장 큰 이유가 1, 2당이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3세력이 들어서야 이것을 깰 수 있다.
권 - 한나라당은 영남만 해도 70석 가까이 되는 엄청난 의석수를 가질 수 있다. 민주통합당도 호남지역에 상당 의석수를 기본으로 갖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 2당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소선거구제를 바꾸려면 현실적으로 결국 투표를 해야 가능하다. 그 힘이 통합진보당에게는 현재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안에 들어가면 소선거구제 바꾸는 것 영원히 불가능"
천 - 그런데 민주통합당 안에 들어가서는 이것을 바꾸기란 영원히 불가능하다. 양당제냐, 다당제냐는 의식의 차이일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지금 민주통합당에 들어가도 약간의 진척이 있을 수는 있지만 영·호남 대결이라는 구도를 깰 수는 없다.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끝장내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정치혁신을 고려할 때 지역주의를 뛰어넘어 진보적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제3세력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87년 체제는 기본적으로 지속된다. 제3세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저희가 서 있다.
권 - 통합진보당으로 온 소수의 친노는 지역구도를 깨트리기 위해 정치혁신에 방점을 뒀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겠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에 합류한 재조친노는 당장 눈 앞에 있는 반 이명박 정서에 부응해서 현 정부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정리하자.
김 - 사실 반 한나라당 기치 하에 다 합쳐야 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민주통합당하고 함께 하려고 해도 우리와 차이가 있다. 이 작은 차이를 인정받고 싶다. 민주통합당이 더 많이 가져도 우리의 작은 차이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우리의 정책과 의정활동 통해 알리고 싶은 가치들이 있으니 함께 한나라당을 물리치면서 우리의 가치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노회찬 대변인도 전에 같이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단서로 독일식 선거구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다당제가 인정될 수 있는 선거구제를 하면 고민해보자는 맥락이다.
멀고도 험함 길, 야권연대
권 - 그럼 선거연대 이야기를 해 보자. 각 지역구 상황은 어떤가. 이백만 전 수석은 어디에 출마하는가.
이 - 서울 도봉 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현역으로는 음주방송으로 유명한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다. 민주통합당은 김근태 상임고문이 지역위원장을 하시다 돌아가셔서 그런지 아무도 아직 등록을 안 한 상태다. 한나라당에서는 신지호 의원 외에 다른 당원도 등록된 상태이고.
김 - 파주는 지역구 분구가 거의 확정적이다. 아직 국회에서 통과는 안 됐는데 거의 확정적이다. 파주에는 현역으로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도 후보가 준비하고 있고 저희는 저와 이재희 후보가 조정 중이다. 어쨌든 야권단일화가 되려면 민주통합당하고 경합을 해야 하는데 소망이 있다면 분구지역이니까 민주당 한 석, 진보당 한 석으로 했으면 좋겠다. 힘을 합쳐서 하면 반드시 이길 것 같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천 - 저는 아직 예비후보 등록은 안 했다. 현재 진보당 내부에서 세 명이 서울 은평 을 출마를 두고 경합 중이다. 저는 당에다가 출마할 수 있다고 의사표시는 했다. 누가 나가야 좋을지를 당에서 조정해 달라고 위임한 상태이다. 아예 제가 다른 지역구로 가는 그런 조정도 조금은 열려있기는 하다. 은평 을은 한나라당에서도 기반이 튼튼한 이재오 의원이 현역이다. 민주통합당은 네 분 정도가 내부 경합 중인 것으로 안다.
권 - 그럼 세 분 다 출마를 하시긴 하신다는 이야기로 알겠다. 자, 이제 출마하시는 입장에서도 중요한, 야권연대의 룰이 어떠해야 할지를 이야기해 보자.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야권의 단일후보로 나가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다. 그 뒤 7.28 은평 을 재보선에서도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1년 4.27 김해 을 보궐선거에서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쨌든 결과적으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패배, 상당한 지탄을 받았다. 이렇게 야권 내부에서 서로가 감정의 앙금이 계속 쌓여왔는데, 그렇게 다투면서도 아직까지 야권연대의 일반적·보편적인 룰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민주통합당, 힘으로 통합진보당 뭉개고 갈려해서는 안돼"
김 - 이전에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을 했다. 6.2 지방선거 때는 야권연대가 온전한 의미에서는 제대로 안 되고 부분적으로만 이뤄졌다. 민주당은 항상 여론조사 등 자기 쪽에 유리한 룰을 이야기한다. 당 지지도가 많이 차이가 나니까. 반면에 저희는 우리의 유력 후보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일부 양보하는 걸 원하고. 7.28의 경우는 당시 8곳 중 1곳 은평에만 후보를 냈다. 다른 곳은 다 양보를 했으니까 은평에서는 우리가 나가길 원했는데 끝까지 안됐다. 4.27에서도 민주당 곽진업 후보와 참여당 이봉수 후보, 민노당 김근태 후보 간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을 했다. 그런데 참여당·민노당이 진보정당이고 민주당은 자유주의 정당이니까 일반적으로는 결선투표제로 가야한다. 민노당과 참여당의 성향이 비슷한데 셋이 같이 본선에 나갈 후보 1등 만 뽑으니까 사실 우리가 불리했다. 그런데 여론에서는 우리가 몽니를 부리는 것처럼 공격했고 엄청 두들겨 맞았다. 야권연대 있어서 힘이 센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또 여론을 그렇게 몰고 나가는 것에 대해 아픔이 있다. 이제는 언론에서도 야권연대의 올바른 룰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야권이 서로 존중하면서 연대를 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다뤄주시길 바란다.
권 - 야권연대가 잘 이뤄지기를 희망하시는데, 이해찬 전 총리의 최근 ‘시사IN’ 인터뷰를 보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도 서울 관악 을에서 야권단일 후보가 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언급을 했다. 통합진보당이 어떤 언론 여론조사에서는 10%대의 지지율이 나오지만, 어떤 언론에서는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진보당이 야권연대의 파트너로서 자격이 되려면 스스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대우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진보당의 창당 이후 과정을 보면 당명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불만이 있고, 새로운 당 색깔로 결정된 보라색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이런 것들이 있으면서 당 지지율이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야권연대를 위해선 이런 논란이 없어야 하지 않겠나. 이에 관한 의견을 들려주시라.
김 - 걱정이 많이 된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민주통합당을 밀어 주면, 맏형답게 야권연대를 잘할 것이라 생각하시기 때문에 야권연대를 무시하는 지도부가 아니라 이번에 신선한 지도부로 바꾸실 것이다. 그리고 새로 들어설 그러한 지도부의 중심에 이해찬 전 총리가 있으시다. 그런데 이 전 총리는 이전에는 진보정당을 키워야 한다,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신 분이 이제 와서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이 높고 하니까 진보당을 뭉개고 가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시면, 민주통합당은 결국 과거처럼 또 힘의 논리로 가겠다는 것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 크다. 솔직히 힘이 있을 때 되려 서로 함께 하려는 노력들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권 - 이 전 총리가 그런 말씀을 하신 배경을 보면 민주통합당이 나꼼수 열풍 등에 힘입어 지지율이 올라가서 자신감을 얻은 측면이 있다. 이 말은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에 비해 통합진보당이 힘이 약한 처지에 놓였다는 뜻이다. 그럼 진보당도 자체적으로 힘을 키워 나가려는 노력을 해서 대등한 파트너가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이 - 진보당의 현재 지지율이 낮은 것을 인정한다. 우리가 반성하고 열심히 해야 된다. 그런데 여론이 그 자체로 민심은 아니다. 민심일 수도 있지만, 사실 여론은 바람이다. 민주통합당은 지금 엄청난 바람을 타고 있고 전당대회가 열리는 15일이 정점이 될 것이다. 진보당은 현재 그 바람에 묻혀 있다. 제 지역에서도 적잖은 사람들이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민주통합당으로 통합된 줄 알더라. 당명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신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혼란이 곧 정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노력을 많이 해야겠지.
권 - 민주통합당은 15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그 바람의 정점을 찍을 것이다?
이 - 그렇다.
권 - 그럼 그 이후의 국면에서 통합진보당이 치고 나가기 위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
천 - 당명을 결정할 때 민주통합당이라는 이름을 쓴 것은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겠으나 예의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언론보도에 진보당이 소외돼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것이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작년 12월까지는 내부적으로 통합의 질서를 만드는데 시간을 할애했다고 할 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언론환경에서 굉장히 소외됐기 때문에, 이것의 극복을 위해서 철저하게 SNS 중심의 홍보를 생각하고 있다. 2030세대와 최대한 접촉을 늘려서, 소통하고 공감해 나가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15일 이후에도 민주통합당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보는데, 15일 이후 총선을 앞두고 전개될 국면에서 최대의 쟁점은 민주통합당과 진보당의 야권연대 문제일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서로 간의 주장들이 비교되고,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리의 색깔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245개 지역구 국민경선? 불가능하다"
권 - 통합진보당의 각 지역 시도당 창당대회는 언제 끝이 나는가.
천 - 1월 15일까지 대부분 끝이 나고, 서울이 1월 29일로 예정돼 있다.
권 - 그럼 진보당도 1월까지는 전국적으로 조직을 정비하는 기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달까지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와 통합진보당의 조직 정비가 완료되면, 2월부터는 정치적 쟁점들이 튀어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양 당이 안정을 찾은 후 외부적 활동을 시작할 때 그 첫째가 야권연대 협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
천 - 현재 내부 논의 중에 있다. 대표단과 주요 당직자들 간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구체적인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두 가지의 큰 원칙을 세웠다. 하나는 한명숙 전 총리나 문성근 혁신과통합 상임대표 등이 지도부에 들어가면 우리 쪽에 대통합을 제의하겠다고 하던데, 그 제안이 선의에 바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각 정당은 다 각자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대통합이 무조건 선이고, 진보정당이 존립하는 것은 반 MB전선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 오히려 양 쪽이 더 힘을 키워서 통합을 하면 그것이 더 좋을 수도 있지 않나. 통합하지 않으면 나쁜 것처럼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째는 현재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국민경선 방식을 통해서 뽑고 있고, 그러한 방식으로 박원순 시장을 야권단일 후보로 뽑은 경험도 있는데, 구체적 찬반을 얘기할 때는 아니지만 야권연대도 그러한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한다면 이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순을 서울시장 후보로 뽑은 것이나 지금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를 뽑는 것은 하나의 선거구라 할 수 있고, 관련된 정보도 얼마든지 제공되는 중이다. 또 시민들에게 참여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많이 된다. 그런데 총선은 이것과는 전혀 다르다. 전국 245개의 지역구에 다양한 출마자가 나오고, 그에 관한 정보도 제한적이다. 투표해야 된다는 동기부여도 얼마나 되겠나.
그리고 지역구 총선은 자기가 사는 곳에 투표를 하는데 모바일 참여 방식으로는 시스템상으로 유권자의 실제 사는 곳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모바일로 모든 신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나? 결국 해당 지역 어느 장소에 투표소를 만들어서 찍는 것으로 갈 것인데, 작은 지역이라면 조직의 동원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민주당이 다 가져가겠다는 말이다. 시민참여의 역할은 인정하지만 총선을 시민참여 100% 방식으로 하는 것이 아름답고 혁신적이고 시민의 의사를 진정 반영하는 것인가 할 때, 그것은 환상일 수 있다.
권 - 지역구는 쪼개져 있는데 모바일로 시민참여 경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시다. 각 유권자가 어디에 사는지 확인이 안 되니까.
천 - 그렇다. 결국엔 오프라인 투표로 가게 돼 있다. 그럼 경선인단 수가 적어지고, 결국 조직과 동원에 영향을 받게 된다.
권 - 어려운 문제다. 대체 야권연대의 현실적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 - 제가 우려하는 것은 전당대회 효과 때문에 지지율 올라간다고 이것을 밀어 붙이다가 (민주통합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다. 개인적 생각인데 각 지역 별로 정당의 지지율이 다를 수 있다. 진보당이 강해서 민주당이 약한 곳도 있고 진보당이 약해서 민주당이 강한 곳도 있다. 그럼 야권이 당당하게 광역시도별로 여론조사를 해서 여론조사 결과가 민주당 7 대 진보당 3이다 이러면 그 만큼의 지지율을 경쟁력 있는 후보에게 주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서울이 만약 50개 지역구인데 진보당의 지지가 20%이고 민주당이 80%라면, 민주당이 자체적인 경쟁력 평가에서 앞서는 상위 80% 후보를 내고, 20%는 진보당을 주면 된다. 그럼 진보당의 상위 20% 경쟁력 있는 후보가 채우는 방식이다. 이러면 야권의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선수로 들어가게 된다.
정치 생각없던 이백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몸을 움직이다
권 - 야권연대의 현실적인 실현 방식에 관한 부분은 의견이 분분하고 계속 물음표로 남아 있는 것 같다. 다른 이야기도 하자. 각자 원래 정치를 할 생각이 있으셨나?
이 - 노 대통령께서 2008년 총선 때 주변 참모들에게 나가라는 권유를 많이 하셨다. 그 때 저는 대답을 안 했다. 정치에 관심이 있었고, 대통령도 모셨지만 정당정치를 제가 직접 해야 하느냐에 있어선 스스로 회의적이었다. 대통령께서 주변에 이런 말씀도 하셨다고 한다. 정치를 업으로 할 사람은 알아서 할 것이니 말 안하겠지만, 현재 나와의 의리상 어떤 의무감에서 하려고 생각 중인 사람들은 자기 의사를 따르면 좋겠다고 말이다.
저는 그냥 고향에 가서 제2의 생활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고향이 전남 진도이다. 목포와 진도 권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님이 억울하게 서거하셨다. 장례를 치르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이 이루고자 했던 꿈 일부라도 내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일말의 자책감·책임감을 느꼈었다. 그 와중에 천호선 대변인을 비롯한 몇 분이 국민참여당의 창당을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주저 없이 합류를 결정하게 됐다.
권 - 스펙으로 보면 이백만 전 수석 같은 경우는 고향도 전남이고, 학벌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셨으니 되신다. 기자생활도 오래 하셨고 참 좋은 스펙인데, 민주당으로 갔으면 경쟁력을 갖고 정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실제로 국회의원이 되어야 정치를 하는 것 아닌가. 법적 결정권을 가지니까.
이 - 그런 얘기를 무척 많이 들었다. 민주당으로 가면 공천받기도 수월하고 당선도 쉬울텐데 왜 진보당을 하냐는 것이다. 저는 광주의 친구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친구들아. 민주당이 집권당이 되길 원하느냐, 제1야당이 되길 원하느냐. 친구 네가 만약 민주당이 집권당이 되길 원하면 나에게 민주당에서 정치해야 한다고 말하는 네 생각을 바꿔라. 민주당이 집권당이 되게 하려면 내가 거기 들어가선 안 된다. 거기 가서 내가 한 자리 하며 영광을 가져도 별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통합진보당에서 한 자리 하게 되면 우리나라 정치사에도 의미가 있고, 노 대통령의 뜻을 계승하고 발전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저는 이런 생각으로 창당하고 활동했고, 지금도 예비후보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권 - 이백만 예비후보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이 - 정치란 세상을 바꾸는 일. 저는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홍보수석을 하며 그 분께 직접 고급정치를 배웠다. 틈틈이 많이 배웠다. 대통령께서도 세상을 바꾸는 것이 정치라고 하셨다. 세상이 더럽다고 욕해선 안 되고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참여정부 초대 노동부장관 될 뻔한 김영대, "노무현보다 한 발 더 나가고 싶다"
권 - 김영대 전 의원은 정치를 시작한 원래의 출발지점이 지금보다 좀 더 진보적이라 할 수 있는 노동운동에서 출발했다. 그 쪽이 친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김 - 대통령님께서 당선이 되시고 아드님이 결혼하는 날 63빌딩에서 당신을 도왔던 젊은 측근들, 유시민·안희정·문성근 등 저를 포함한 12명에게 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다. 돌아가며 학력 등 골고루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제 차례에서 깜짝 놀라시더라. 제가 논산중학교 중퇴다. 서울에 올라와서 전태일의 청계피복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20대 때는 세상을 좀 변화시키는 일을 한다는 열정을 가지고 했고, 그렇게 40대까지 살며 국회의원도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시고 돌아가시기 얼마 전 찾아뵈니까 자네를 노동부 장관을 꼭 시켰어야 하는데 하시더라. 사실 발표되기 전 내정까지 됐었다. 그런데 제가 그 때는 정치를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었고, 겁도 났었다. 주저하다가 결국 하려고 결심을 하니까 주변의 반대가 그렇게 심하더라. 제가 실질적 스펙은 괜찮은데 학력 등 형식적 스펙이 좋지 않고, 또 젊고 그러니까... 사회적 스펙은 되는데.
권 - 앞에 이백만 수석하고 이야기할 때 제가 스펙이라는 표현을 왜 썼냐면 우리 사회가 껍데기에 불과한 스펙을 쌓는 것에만 치중하고, 사회 공동체에 직접적으로 헌신한 내용은 따지지 않는 그런 것 때문에 지적한 것이다.
김 -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시키셨을 때 노동부 장관을 할 수 있는지를 보시려고 몇 가지 실험을 시키시더라. 과제를 주고 TF를 맡기고 이런 것. 이런 과정을 쭉 지켜보시고 내리신 결론이 제가 장관에 나가는 것이었다. 그냥 인맥으로 선택된 것은 아니다.
이 - 제가 깔대기를 좀 대 드리면, 그 때 만약 참여정부 초대 노동부장관을 하셨다면 노동문제가 그렇게 틀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실제 노동운동을 오래했고, 상당히 생각이 합리적인 분이시라 굉장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다.
김 - 노무현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정치에서 한 발은 더 내딛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사실은 진보도 폭을 넓히고, 대중성을 갖도록 해야 노 대통령이 하시고자 했던 정치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 정치로 뛰어든 것이지 뺏지를 달려고 하는 그런 마음의 발로는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 천호선, "세상을 바꾸고 싶다"
권 - 천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의원 시절 비서로 정치를 시작하셨다.
천 - 사실 뭐 대단한 학생운동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두 번 구속되고 이러기는 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가졌다. 지금 생각하니 노무현 의원의 비서관이 된 것은 엄청난 복이었다. 안희정씨는 그 때 다른 곳에 있고 그랬다. 그렇게 정치에 들어오고 만 20년이 됐다. 당시는 의원 보좌관의 나이가 4,50대였는데 제가 갓 서른이었으니 굉장히 어렸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했는데 제 꿈은 정치의 근본적인 판을 바꾸는 것이다. 정치에서 성공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노 대통령도 단지 성공이 목적이 아니셨고, 바꾸는 것이 목적이었다. 감히 비교하는 것 같지만 저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 판을 바꾸기 위해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정치를 어떻게 할지 계속 준비했고, 2002년 대선을 위해 2001년부터 인터넷 선거운동을 기획하기도 했다.
제가 국민참여당을 만든 것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공천 받을 가능성 없으니까 당을 만들어서 지분을 협상해 공천을 받으려 한다는 소리가 있던데 그건 말도 아니다. 그리고 기자들을 어제 만났는데 오해가 있더라. 국민참여당이 유시민의 기획과 주도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그것이다. 저는 유 대표와 일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유 대표가 라운드 티를 입고 국회에 등원했을 때도 저는 반대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당을 만들면서 교감이 있었다. 유 대표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당을 자기도 옳게 생각한다고 하더라. 그러나 그 당이 성공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고 했다. 그 때 저희는 우리가 당을 만들고 적절한 시점에 당신에게 합류를 요청하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다. 국회의원 뺏지에 대한 관심은 없다고 해도 안 믿을 것 같으니 그냥 있다고 해두자.
권 - 정치에서 사실 진정성이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치행위는 결과로 평가받는 것 아닌가.
천 - 그래도 독선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나가야한다.
"당명 '진보정의당'이 좋았는데... 당 상징색 보라색에 노란색 많이 가미할 것"
권 - 통합진보당 당명에 대한 논란과 보라색으로 정해진 당 상징색에 관한 논란이 생겼을 때 세 분의 개인적인 소신은 어땠나? 당명 같은 경우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에서 퐁당퐁당, 민들레당이라는 것도 나오고 했었는데.
이 - 저는 정당 이름은 이해하기 쉽고 말하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론됐던 것들은 일반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그런 부분에서 통합진보당도 좋다고 본다. 그러나 당 색깔은 개인적으로 노란색이 채택되길 간절히 바랬다. 보라색도 나쁘지는 않지만, 저는 선거과정에서 노란색을 적절히 쓰려고 한다.
김 - 저는 진보정의당을 지지했다. 왜냐하면 정의당이 처음 제안됐을 때 전두환의 민정당 생각도 나고 그랬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참여당 슬로건이었던 ‘시민은 자유롭게 국가는 정의롭게’도 있었고, 이미 우리에겐 정의가 친숙해진 것 같았다. 그런데 정의당이라고 처음 듣는 사람들은 민정당 이런 것 때문에 정의를 거슬려하는 분도 있더라. 색깔도 노란색을 바랬는데, 보라색이 주색이고 노란색이 서브로 채택된 것이다. 저도 보라색을 쓰되 노란색을 많이 깔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 측에서 우리가 노란색이고 거기는 주황색인데 서로의 색을 주장하기보다는 진보의 미래를 확 바꾸자는 의미에서 색깔도 확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것이 대표단에게 먹혔던 것 같다.
권 - 사실 보라색은 강금실 전 장관이 서울시장 선거 때 쓰던 색이다. 보라색 스카프를 휘날리며 선거운동을 했었는데, 그 때 평가가 보라색이 굉장히 고급스럽고 귀족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완전히 망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천 - 제 경우 당명은 진보정의당 쪽이었다. 정의라는 것이 다수의 대중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색깔은 제가 예전 CI회사에 근무하며 회사 간 이미지 통합을 했었는데, 당 이미지 통합도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제 의견은 어떠한 심볼, 당명, 서체, 색깔도 다수 과반의 지지를 얻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항상 반대가 있고, 어떤 것은 다수의 여론들이 A를 선택해도 전문가들이 볼 땐 B를 해야한다고 할 때가 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보라색을 선택한 것은 변화에 대한 대표단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보라색을 주장하지도 않았고, 정해진 것에 이의도 없지만 밤에는 정말 안 보이더라. 노란색과 이런 것들을 잘 섞어서 써야한다는 생각이 예비후보들에게 많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마덕사'(마누라 덕에 사는 사람들), 돈 안드는 정당 만들고 싶다"
권 - 직설적 질문 하나 드리자, 정치를 직업으로 하고 계신다. 솔직히 돈을 버는 직업은 아니다. 그럼 가정경제는 어떻게 꾸리시는지 궁금하다. 사모님의 반대는 없는지?
김 -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제1야당에 있을 수 없는 게 돈 때문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 시절 중앙위원에 출마하는데 기탁금이 700만원이나 되더라. 최고위원을 나가려고 해도 수천만원이 기탁금으로 든다. 그 자체가 감당이 안 된다. 그러면 결국 누구에게 의탁을 해야 하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그럴만한 연줄도 없다. 반면에 진보정당에서는 내 위치에서 당원들과 함께 같이 손을 잡고 꾸리면 된다. 집에 와이프에게 그랬다. 앞으로 1년만 고생을 좀 하자고. 처가 생활비를 번다. 제가 무능력자다.
이 - 정치는 참 돈이 많이 들어가는 업종인데 막상 하니까 우려했던 것보다는 적게 드는 것 같다. 회식을 해도 다 주머니를 걷어서 내고 갹출한다. 물론 지역위원장의 부담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돈이 들긴 든다. 도봉구청장 선거 나가고 하니까 그동안 벌어둔 퇴직금을 좀 써먹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마덕사’라고 한다. 마누라 덕보고 사는 사람. 안사람이 생업이 있어서 그냥 같이 살고 있다.
천 - 저도 다르지 않다. 똑같다. 이하동문이다. 바로 이게 문제다. 저희가 당을 만들려고 했던 이유도 이와 관련된다. 돈이 없어도 자기 생활을 유지하면서 젊었을 때 평당원으로 시작해서 훈련받고, 검증받아서 정치에 진출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을 만들고 싶다. 당원은 항상 동원만 되고, 유명한 사람이 영입돼서 출마하는 정당은 참 후진적인 정당일 것이다. 당원들이 당비를 내고 활동하면서 인정받고 훈련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자고 생각했던 것이 국민참여당이었다. 선거에 비용이 기본적으로 들어가니 정치하면서 일절 돈이 안 들 수는 없지만, 남 밥까지 사줘가면서 정치를 해서야 되겠나.
권 - 잘 들었다. 이제 시간이 다됐다. 다음에는 막걸리 집에 가서 허심탄회하게 취중토크로 한 번 더 하자. 술값도 1/N로 각출해서 내고, 앞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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