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바람타나..총선 앞두고 힘세진 금융권 노조
사외이사 추천권 요구에 새 행장 저지 투쟁까지
정치권도 "돈 많고 사람 많은 은행 노조 무시 못 해"
2012-02-10 13:48:20 2012-02-10 13:48:20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1987년 6월 항쟁 이후 노동자 대투쟁을 보는 기분입니다”
 
시중은행 한 부행장이 10일 털어놓은 심경이다. 이는 최근 금융권 노조가 잇달아 여러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는데 대한 것인데,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도 표를 얻기위해 금융노조에 힘을 보태고 있어 금융권 안팎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은행연합회는 금융감독원 낙하산 인사, KB국민은행 노조는 사외이사 선임 요구, 외환은행 노조는 행장 내정자 출근 저지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 국민銀 "노조 몫 사외이사 추천권 달라"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용실 은행연합회 노조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삭발을 했다. 김영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은행연합회 부회장으로 낙하산을 타고 온다는 소문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노조는 성명서에서 “명실상부한 산별교섭 시대를 열어가고 있어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낙하산 인사는 그 자체로 감독기관과 피감기관을 병들게 하는 우리사회의 암(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위원장은 “은행연합회 84년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부회장이 선출됐으면 한다”면서 “직원들이 바라는 열망을 박병원 현 회장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은행권 최초로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8일에는 노조가 이 은행 임원 57명 전원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노조 측은 우리사주지분 0.91%를 모아 사외이사 선임에 나서고 있다. 0.25%의 지분만 확보하면 사외이사를 추천권을 갖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다.
 
노조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의 김 진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할 예정이다.
 
우리사주 조합장을 새로 뽑기 위한 선거 실시 여부 투표에서  2만 조합원 중 1만3000여명이 투표해 97%의 찬성률을 보이기도 했다.
 
KB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의 독재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당연히 노조 측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경영진이 인사권을 악용해 직원들의 우리사주 위임장 제출을 막고 있어 형사고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노조가 경영에 간섭하게 되면 은행 경영의 자율성이 훼손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 "새 행장, 출근 저지 투쟁 나설 것"
 
외환은행 노조는 다음 주부터 출근 예정인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외환은행장 내정자)과 관련, “출근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 위원장과 김승유 회장이 만나 현재 여러 현안을 논의 중인데  윤 부회장이 행장 직함으로 바로 출근한다는 것은 협상 파기”라며 “출근 저지 투쟁은 물론 1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9일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론스타에게 인수 대금 지급까지 마쳤기 때문에 윤 부회장이 외환은행장으로서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고 잘라 말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사이에 주말 동안 극적인 타협을 보지 못할 경우 윤 부회장의 첫 출근길에는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 덩치 커진 금융노조..정치권 영향력 확대
 
금융노조가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에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을 보낸 게 대표적 사례다.
 
김 위원장은 민주통합당 내에서 론스타 국정감사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외 최고위원, 당대표 선출에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다. 최근 금융노조가 주최하는 집회에는 어김없이 야당의 유명 국회의원들이 참석하기도 한다. 
 
이렇듯 금융노조의 영향력이 커진 배경에는 '돈'과 '사람'이 자리하고 있다. 10만 조합원에 가족들 20만을 합친 30만명이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 지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과 가족들이 법적 세액 공제 한도인 10만원 씩만 후원회비로 내도 후원비 규모는 300억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전국 단일노조로 금속노조의 조합원이 제일 많지만 대부분 울산 등에 몰려 있는데 반해 금융노조는 은행 지점이 있는 곳 마다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들의 후원금 규모도 무시 못 하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금융노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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