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농협 신ㆍ경(신용ㆍ경제 부문)분리가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출자금 형태를 놓고 해당 기관들이 아직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 뿐 아니라, 다른 시중 은행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쳐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우세한 실정이다.
◇ 정부ㆍ농협ㆍ금융위, 각기 제 목소리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 오는 3월2일 1중앙회, 2지주(경제지주·금융지주)로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앞서 농협은 신경분리에 필요한 자본금 6조원을 요청했지만, 국회와 정부는 5조원만 지원키로 정했다. 3조원은 농협이 채권 발행 등으로 마련하면 정부가 이자만 내주기로 했고, 나머지 2조원은 유동화가 가능한 현물로 주기로 했다.
◇ 서울 충정로의 농협중앙회 건물
이 2조원을 놓고 정부는 산은지주,
기업은행(024110) 주식으로 농협중앙회 산하 금융지주에 직접 출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회에 출자하면 신경분리라는 농협개혁 취지에 어긋나고 배당도 받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농협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지주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라며 “농협의 자율성을 위해 중앙회에 출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직접 출자하게 되면 총자산 15조7000억원의 금융지주 지분 12.7%를 갖게 된다.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지주에 “정부 측 낙하산 인사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주식으로 농협지주(은행)에 출자하면 다른 은행지분을 5%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한 금융지주법을 어긴다며 정부 안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산은, 기은 주식을 금융지주에 출자한다고 해도 금융지주사법 때문에 최대 1조원만 가능하다. 또 산은, 기은은 올해 민영화가 예정돼 있고 매각 대금은 국가 예산으로 잡혀 있어 농협에 쉽게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은 빠듯한데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현재 상태라면 내달 2일 출범 전 3주 안에 농협이 수 조원을 빌려야 한다.
농협 노조 등 관련단체들은 지주사 출범 연기와 농업협동조합법 재개정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농협 노조 관계자는 “신경분리를 몇 년 유예해 그 사이에 농협이 돈을 벌어 자본금을 마련하면 된다”며 “지금의 신경분리 준비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최원병 농협회장, 국회 정무위 의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만나 정무적으로 갈등을 해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치열한 경쟁, 살아남을 수 있나?
농협 내부의 `경제 부문 편중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애초 연봉이 경제지주보다 높은 금융지주로 직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70% 이상이 경제 부문을 선택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협은행 혹은 농협보험으로 이동하면 시중은행 및 보험사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데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된 형태의 카드 분사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융위원회가 카드사 간 경쟁을 우려,
우리금융(053000)지주의 카드 분사에 반대 의사를 보이면서 덩달아 '농협카드' 출범도 당분간 불가능해졌다.
농협 카드 관계자는 "당국의 신용카드에 대한 규제가 너무 강력하다"며 "언제가는 법인 분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잇달은 전산사고 오명 속에 농협의 정보기술(IT) 운영 방안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달 금융감독원의 감사 결과, 농협은 IT 위탁운영 체제를 3년 더 연장키로 했다.
중앙회와 금융지주 전산 시스템을 분리할 예정이었으지만, 금융지주 출범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전산 개발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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