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흡연자들의 입지가 전방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큰 건물에서만 담배를 피우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버스정류장과 공원 등 금연구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담뱃값까지 오르고 있어 흡연자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흡연자들은 인근의 커피숍이나 식당을 찾을 때 흡연구역이 따로 마련된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데 익숙해졌다.
흡연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반면, 비흡연자들은 그 동안 간접흡연으로 인한 고통이 줄 것이라며 환영했다.
◇ 정부 흡연구역 확대..담배 성분공개 추진
12일 정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강남 일대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서울 서초구는 신논현역 6번 출구에서 강남역 9번 출구를 잇는 강남대로 934m 구간과 양재역 12번 출구에서 엘타워까지 약 450m 구간을 보행 중 금연거리로 지정할 계획이다.
서초구는 또 오는 2014년까지 버스정류소와 공원·학교절대정화구역 등을 단계적으로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국 당구장과 PC방·서울공원·버스정류장 등에서의 흡연이 전면적으로 금지한다.
정부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담배에 어떤 첨가물이 들어가는지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담배 제조사가 유해성분 정보를 공개토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8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담뱃갑에 경고사진을 넣는 법안도 이번에 통과될지 주목받고 있다.
◇ 외국 담배사 담뱃값 '줄인상'..KT&G '동결'
이처럼 흡연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외국 담배사 3곳이 담뱃값을 기습적으로 인상해 흡연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와 마일드세븐(JTI)사가 담뱃값을 인상한데 이어 필립모리스 코리아도 동참했다.
필립모리스 코리아는 지난 10일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등 주요 담배가격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200원(6.8%) 인상했다.
사단법인 한국담배판매인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필립모리스의 담배를 피우는 소비자 중 56.6%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겠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78.4%는 외국계 담배회사의 연이은 가격 인상에 수긍하지 못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해당 담배회사의 담배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가격 부담에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담배를 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흡연자들 "흡연이 죄?" VS 금연자들 "정책 환영"
서울시의회가 최근 입법 예고한 길거리 흡연 금지 정책에 대해 시민의 8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의 찬성률도 52.9%로 절반이 넘었다.
금연 여부를 인사 고과에 반영하거나 아예 흡연실은 없애거나 줄이는 기업도 늘고 있다.
코오롱(002020)은 흡연자가 20만원을 내고 금연펀드에 가입한 후 금연에 성공하면 100만원을 지급했다. 이랜드는 신규 채용 시 흡연자가 '즉시 담배를 끊겠다'라고 약속을 해야 입사가 가능토록 했다.
세계적으로 금연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다보니 관련 규제가 늘어 애연가들의 애환은 늘어만 가고 있다. 금연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흡연자의 권리를 너무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4년째 담배를 피우는 홍 모씨는 "담배는 기호식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 마치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라고 토로했다.
최근 흡연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과태료 등의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흡연구역 설치가 함께 이뤄지는 등 흡연자의 권리도 함께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 모씨는 "공공장소에서 담배로 인해 고통받는 비흡연자들에 대한 보호가 늘고 있어 기쁘다"면서도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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