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삶의 질' 원하지만 3중고에 '눈물'
"지난해 이어 올해도 서민경제 어려울 듯"
2012-02-15 15:16:33 2012-02-15 15:16:4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현대인들은 돈을 적게 벌더라도 삶의 여유를 즐기기를 원하지만, 최근 지속되는 고유가·고물가에 대출금 압박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치솟는 물가 때문에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서민들이 생활 필수품을 훔치는 등 생계성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당분간 가계 소득이 늘지 않으면서 높은 물가가 지속돼 서민계층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허리띠 졸라매도 남는 것은 '빚' 뿐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2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로자 10명 중 7명은 돈보다 삶의 여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일에 근무해서 실질임금을 높이느니 돈을 조금 덜 받고 일하는 시간을 줄여 삶의 여유를 즐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월급 중 소비·저축에 할당할 수 있는 실질소득이 감소하며, 근로자들은 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생활 물가가 급등하며 외식 한 번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지경이 됐다. 지속되는 고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어 '겨우 먹고산다'는 말까지 나온다.
 
고유가도 서민들 고통에 한 몫 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국내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연일 오름세를 이어가는 국내 기름값은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며 2300원에 근접했다. 휘발유·경유·등유 등 모든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전제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탓에 대출이자 상환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가 사실상 900조원을 돌파해 한국 경제 최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
 
맞벌이를 하는 30대 정 모씨는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차를 처분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바쁜 와중에 도시락까지 싸서 다닌다"며 "아끼고 또 아껴도 생활이 빠듯하고 빚은 늘어만 간다"라고 말했다.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의 73.3%는 월 평균 세 번 꼴로 휴일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휴일근무에 대한 특근수당은 48.1%만이 받고 있으며, 금액은 일 평균 6만원으로 집계됐다.
 
휴일에 일하는 이유로는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48.1%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으며, '상사·회사의 강요(41.7%)', '비정기적 행사나 프로젝트 때문(24.6%)' '수당을 제외하면 급여가 적어서(14.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50대 한 모씨는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것은 거의 이상에 가까운 것 같다"며 " 어느덧 훌쩍 커서 장가가는 아들을 보니 그 동안 가정을 위해 내가 뭘하고 싶었나 울컥했다"라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 속 삶의 질 추구는 이상"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중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 52시간을 채우고도 휴일에 근무하는 사람이 143만7000명에 달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 최대 12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휴일근무는 포함되지 않아 근로시간이 60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 같은 관행을 바꾸기 위해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할 방침을 밝혔다. 고용부는 근로조건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몇 차례 토론회와 입법 예고를 거쳐 오는 6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근로자들은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임금이 줄어들 것에 대해서는 반기지 않았다.
 
사람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이같은 정책으로 인해 응답자들은 '삶의 질 향상(37.6%)'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근로시간 감소(31.5%)', '신규 일자리창 출(11.5%)', '기업의 생산성 강화(7.9%)' '소비촉진 등 경제 활성화(7.1%)'가 뒤를 이었다.
 
반면 '노동강도 악화(34.8%)'와 '임금 감소(29.4%)', '신규 고용 악화(14.5%)'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내비쳤다.
 
사회생활 2년차인 오 모씨는 "젊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으나 경제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어 무리해서라도 일을 하려 한다"며 "젊은 사람 특유의 패기나 열정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가계 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면서 서민계층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겠지만 농산물 수급 불안과 이란 문제에 따른 위험 등으로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가계소득 증가가 제한되는 가운데 높은 물가수준이 지속되면서 서민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왔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금리도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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