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끝내 김무성 의원의 손을 놓아버렸다.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위원장 정홍원)는 12일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을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하는 내용의 공천결과를 발표했다. 이 지역에는 문재인 대항마로 거론됐던 설동근 전 교육부 차관의 전략공천이 유력하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천위는 그간 김 의원의 공천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공천위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 문제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사실상 박 위원장의 결단 사안임을 에둘러 표현해왔다.
일부에선 그가 가진 무게감과 부산 전선을 이유로 김 의원의 공천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현역 컷오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공천도 유력한 방안으로 떠올랐다. 김 의원이 YS, 그리고 친이계와 손을 잡고 세력화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우려였다.
또 김 의원을 낙천할 경우 박 위원장의 감정적 공천이라는 반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한 사전 차단 의미도 내포돼 있었다. 한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다 지난 주말에 이르러서야 “원칙대로 하자”고 말했다고 한 측근은 기자에게 전했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공천 반발이 짙어진 상황에서 “헌법과 같다”는 컷오프 룰을 포기할 경우 불어 닥칠 후폭풍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 뒤를 이었다.
반면 김 의원은 예상 밖의 백의종군이란 결정을 내렸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당을 창당해 확 뒤집어 엎어보자는 유혹도 강하게 느꼈다”면서도 “깊은 고민 끝에 옳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에 선을 그은 것이다.
두 사람의 애증은 지난 17대 대선 당내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계(상도동계) 출신인 김 의원은 주군 YS의 뜻을 어기고 박 위원장 곁에 섰다. 캠프 좌장을 맡아 이재오 의원에 맞서 경선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 부산권 친박계 낙천자들과 함께 친박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 생환의 길을 터기도 했다. 어렵사리 4선의 배지를 달은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에 맞서 친박계 좌장 역할을 자처했다.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과 파열음이 생겼다. 2인자를 용납지 않는 박 위원장의 인사 방식과 부딪히기 시작한 것. 박 위원장은 자신을 정점에 둔 방계형 구조로 서로 간 견제와 균형이 일게 했다.
김 의원에 대한 직간접적 경고와 견제는 두 사람 간 감정적 골이 패이게 했고, 2010년 원내대표 선출로 두 사람은 끝내 갈라섰다. 김 의원은 친이계와 손을 잡고 원내대표에 무혈입성하며 비(非)박을 선언했다. 사실상의 결별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세종시 충돌 과정에서 박 위원장과의 대립각은 뚜렷해졌다. 친박계 내부에선 “친이계보다 더한 친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김 의원은 한때 자신을 따르던 친박계 인사들의 냉혹한 비판에 “말을 안 할뿐”이라며 불쾌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고비마다 홍사덕 의원 등 중진들이 나서 중재하려 했으나 박 위원장의 매몰찬 뜻까진 꺾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 위원장은 2008년과 정반대로 공천의 칼날을 쥐었고, 칼날은 자신의 좌장이었던 김 의원을 베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을과 함께 서울 중구, 노원병, 금천구를 전략지역으로 선정했다. 경기 부천원미을, 화성갑, 화성을, 광주 외에 인천 남동을도 수도권 전략지역에 포함됐다. 인천 남동을의 조전혁 의원은 “공심위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진구갑, 경남 진해도 전략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현역 의원의 탈락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공천위는 이와 함께 19대 총선에서 신설된 세종특별자치시도 전략지역에 포함시켰다.
이날 전략지역 12곳을 더해 새누리당의 전략지역은 총 47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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