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불안한 물가, 소득 양극화, 투자감소, 일자리 축소, 수출감소, 소비위축..'
내수부진의 전형적인 '틀'이다.
가계 사정은 넉넉하지 않은데 물가가 오르자 서민들은 살림살이가 팍팍하다고 아우성이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체감 실업률은 한 없이 높기만 하다. 내수 위축이 고스란히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외부 요인이 불안할 경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수진작이 경제를 떠받치는 원동력이 되지만 정부의 내수부양책들은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어디부터 해결해야 하나..'첩첩산중'
유럽·미국발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4.0%대로 겨우 끼워 맞춘 소비자물가가 올해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정부가 '배추국장·쌀차관' 등 품목마다 책임자를 정해놓고 물가를 관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국제유가 상승으로 대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물가로 실질임금이 줄자 가계는 지갑을 닫고 있다. 가계 소비 감소는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가계와 기업 간 소득 양극화가 장기적인 내수 부진을 부추기고 있다. 가계·기업의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비부진 효과가 투자촉진 효과를 압도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투자가 감소하고 고용 불안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설비투자는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고, 실질 고정투자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1.3%에 머물고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고정투자증가율이 연평균 17.8%에 달한 것과 비교된다. 최근 중국과 베트남·인도 등 신흥국이 부상하면서 국내에 투자될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추세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사실상의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22%를 넘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출 둔화와 내수 침체가 겹치며 지난 2월 제조업 취업자는 7개월째 줄었다. 반면 저임금·비정규직이 몰려있는 서비스업 취업자는 늘었다. 일자리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간소비와 설비·건설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줄면서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대외 불안에 따른 내수와 수출의 부진 등으로 3%대로 내려 앉았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우리경제의 수출 증가세가 꺾이고 내수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정부의 경기부양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 내수부양이 '해답'이지만 정부는..
정부도 내수 진작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경제정책을 경기 하강 방지에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수출 둔화가 불가피한 만큼 내수 경기를 끌어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정부는 부진한 내수를 진작을 위해 1분기 재정 집행액을 계획보다 5조원 이상 늘리기로 했다. 또 국내 투자여건 개선과 서비스업 선진화로 내수활력을 높이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상승하는 물가를 잡고 부진한 내수를 진작시켜 경기를 살려보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내수기업들의 47.7%는 내수 부진에 시달렸다. 경기부진과 경쟁심화·정부규제의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내수산업 활성화를 위해 원자재조달,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응답기업의 72.7%는 '정부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가계 수입이 늘어 소비와 기업투자도 증가하는 선순환 고리를 활성화할 장기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하방 위험뿐 아니라 내수에도 위기 요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고용회복세 둔화와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가 어려울 것"이라며 "무엇보다 악순환을 깨는 구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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