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 직장인 김지연(30)씨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는 모두 5장. 이 중 최근 발급 받은 카드가 무려 3장이나 된다. 3개월 전 김씨는 매달 지출되는 통신, 교통비를 할인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었다. 또 최근 승용차를 구매하면서 주유소 할인율이 높은 신용카드도 발급했다. 기존에 소지하고 있는 신용카드도 주유할인혜택은 있지만 새로운 카드보다는 할인율이 낮았기 때문이었다.
카드사 외형확대 규제, 휴면카드 해지 등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신용카드 수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매력적인 기능과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고객들의 지갑 속 카드 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신용카드 수는 9103만장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3만장(6.7%)이 증가했다.
지난 2008년말(7052만장)과 비교하면 3년만에 2000만장이 넘게 증가했다. 이는 유실적 카드 기준이다.
즉,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무실적 휴면카드를 포함하면 총 신용카드 수는 1억장을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외형확대 경쟁을 규제하고 있지만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카드사에서는 고객유치를 위해 새로운 상품을 끊임없이 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신상품이 고객의 눈에 띄면서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미 포화된 카드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기존 혜택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점이 있어야 한다"며 "수익구조상 파격적인 혜택은 제공하지는 못 하지만 기존 카드보다는 혜택이 강화된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고객입장에서 한 장의 카드를 오래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카드를 제외한 5개 전업카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만 새로 출시된 카드(대학, 지역 제휴카드는 제외, 리뉴얼 등은 포함)는 50여장.
직장인 이 모씨는 "고객입장에서는 혜택이 더 좋은 카드가 나오면 다른 상품으로 바꾸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특히나 기존의 부가서비스가 축소되면 새로운 상품에 더 눈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가서비스 축소 역시 카드 수를 증가시키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 카드사가 지난해 홈페이지에 공지한 항목 140건 가운데 35건이 부가서비스 혜택축소에 관한 내용이었다.
서영경 YMCA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은 "카드 유효기간인 5년동안 부가서비스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품은 거의 없다"며 "새로운 상품이 계속 출시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로서는 혜택이 많은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기존 카드는 사용하지 않고 카드 수만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신용카드 수의 증가폭은 많이 줄었지만 또 다른 형태의 카드가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카드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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