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소비자들이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장바구니 물가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와인·맥주·과일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은 내렸지만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에는 품목이 제한적이고, 가격 내림폭도 생각보다 크지 않아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주부 박아무개(56)씨는 24일 "인근 대형마트에 가보니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 등의 가격이 내렸지만 매일 오렌지와 와인만 먹지는 않는다"며 "한·미 FTA로 가격이 싸진 품목들이 식탁 물가와는 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라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로 미국산 와인 판매가 3배 가량 늘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알겠지만 가격 인하로 마트가 '반짝 특수'를 누리듯이 고객도 '반짝 효과'를 느끼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정경제에서 지출 비중이 큰 의류 등도 소비자들이 미국 브랜드에 관심은 많지만, 제3국 생산이 많아 대부분 관세 인하 제외 품목이어서 체감도는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FTA로 인한 가격 인하가 제한적이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효과도 크지 않을 뿐더러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더 힘들다고 진단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0일 `한미 FTA, 단기적 교역 확대보다 장기적 체질 강화 의미 크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즉각적인 장바구니 물가 하락이나 대규모 일자리 창출 등 FTA에 대한 환상을 갖기보다 변화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FTA발효에도 가격인하 효과가 미미한 품목을 대상으로 가격동향 등을 집중 점검해 FTA의 이익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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