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나연기자] "종로는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니다."
정치1번지 서울 종로 민심이다. 여야가 저마다 간판급 주자들을 내세웠지만 지역과 결합되지 않은 ‘뜨내기 후보’에 대한 반감은 여전했다.
홍사덕 새누리당, 정세균 민주통합당 후보 측도 이를 인정했다. 각각 대구, 전북에서 터를 옮긴 터라 지역과의 동화에 ‘벽’을 느낀다는 얘기다. 흘겨보는 눈길이 만만치 않다는 토로도 이어졌다.
6선으로 당내 최다선인 홍사덕. 4선으로 당대표를 지낸 정세균. 두 후보는 경륜 대신 정공법을 택했다. “철저하게 지역 밑바닥으로 파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 동시에 돌아왔다.
기자는 26일 구두를 신은 채 두 후보의 지역일정을 따라나섰다가 중간에 운동화를 사 신을 수밖에 없었다. 노인정으로, 산동네로, 번화가로, 상가로 바삐 움직이는 후보들의 동선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다.
홍 후보 곁에는 지역구 현역인 박진 의원이 동행해 부족한 밀착감을 지원했고, 정 후보는 학창 시절 입주과외 경험을 소개하며 지역과의 인연 강조에 주력했다.
이들의 캐치프레이즈는 ‘미래 선택론’과 ‘정권 심판론’이었다.
친박계 핵심중진인 홍 후보는 박근혜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워 총선 뒤 치러질 대선 표심을 자극했다. 과거와 미래, 이분법적 규정 뒤엔 민주당의 주축인 친노 진영이 이미 심판 받은 과거 세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도 함의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정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꺼내들었다.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당 내홍 등 자충수로 심판론이 사그라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민심 기저에는 여전히 불씨가 살아 있다고 보고 있다. 현 정부의 4년 실정에 따른 민생고는 간단히 사라질 성격이 아니란 설명도 이어졌다.
홍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얘기하는데 지난 4년간 박근혜가 (현 정부와) 싸울 동안 도대체 야당은 어디에서 뭘 했냐”고 반문했고, 정 후보는 “박근혜는 침묵으로 MB 실정을 방관하고 동조한 정권 2인자다. 면죄부 대상이 아니라 공동 책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의 설전이 수위를 높여가면서 각 여론조사도 오차범위 내에서 피 말리는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종로는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 전·현직 대통령을 세 차례나 배출하며 한국정치 1번지로 자리매김한 지역이다.
이런 결과는 동시에 이 지역 민심이 이미 '주류'에 편입됐음을 의미하고, 실제 지난 13대 총선에서 분구된 이후 단 한 번도 야당의 당선을 허락하지 않았다.
언뜻 보면 여당의 텃밭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지난 1998년 보궐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전례 또한 또렷한 야당의 족적이다.
사수냐 탈환이냐를 놓고 여야 대표주자들이 맞붙은 종로. 청와대를 감싸 안고 부촌과 빈촌이 어우러진 대한민국 축소판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총선판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