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주식 거래만 중개하는 줄 알았던 한국거래소가 뛰는 기름값을 잡겠다고 팔을 걷어부쳤다.
지난 1988년부터 정유사들의 담합이 반복해서 적발돼왔던 만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거품을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현물 거래를 통해 제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7일 한국거래소는 이달 30일 오전 10시부터 석유제품현물 전자상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월 정부가 제8차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도입계획을 발표한지 약 1년 만이다.
석유제품현물 전자상거래가 도입되면 현재 각 정유업체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던 주유소들은 기존 거래하던 정유업체와 관계없이 석유를 사들일 수 있다.
◇석유, 누가 사고 누가 팔까?
지금까지 각 주유소들은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국내 4대 정유업체 제품 또는 자가상표 제품을 판매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석유제품 혼합판매 활성화방안이 시행되면 월 판매량의 20%까지 타 정유업체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 20%가 이번에 도입하는 석유 현물 거래의 수요가 될 전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전자상거래 조기정착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며 "내일(28일)께 석유제품 혼합판매 활성화방안에 대한 정부 측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인들은 이번 석유 현물거래에서 제외된다. 참여자는 정유사, 수출입업자, 대리점, 주유소로 이들 가운데 거래소로부터 가입 승인을 받은 자로 한정된다.
정유사, 수입사, 대리점이 한국거래소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통해 매물을 내놓으면 대리점과 주유소가 매수할 수 있다. 정유사와 수입사는 매도만 가능하고 주유소는 매수만 가능하다. 대리점은 매수, 매도 모두 할 수 있다.
거래소는 현물 시장에 참가해 매수 주체로 나설 전국의 주유소가 약 1만30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장이 되는 상품은 정제업체의 상표인 SK, GS, HD, S-Oil, 자가상표 별로 자동차용 보통 휘발유와 경유다.
◇ 거래소 "내년까진 수수료 안 받는다"
매매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주식시장보다 1시간 늦게 개장하고 1시간 늦게 문을 닫는다. 매매단뒤는 2만 리터로 전일대비 상하 5% 이내로 가격을 제한할 계획이다.
매매체결방법은 증권시장과 유사하다. 다수 참가자간 경쟁에 의해 체결하는 방식이 기본이다. 차이점은 당사자간 매매조건을 협의한 후 거래소에 신고하는 협의상대거래도 허용한다는 점이다.
다만 석유현물시장에 참여하는 이들은 2만 리터당 150만원을 보증금 형식으로 예탁해야 한다. 결제가 완료되면 반환되지만, 석유값을 지불하지 않는 등 결제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지급된다.
결제방식은 인터넷 중고장터 결제와 유사하다.
매수자가 결제대금을 한국거래소에 지불하면 거래소는 대금납부 사실을 매도자에 알린다.
매도자는 석유제품을 배달하고 매수자가 제품을 수령하면 이를 거래소에 알려 결제대금이 매도자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석유제품 배송비용은 매수자가 부담한다.
매수자는 매매체결 후 2시간 이내(매매당일 오후 5시싸지) 결제대금을 거래소에 납부해야 한다. 매도자는 매수자와 협의한 배송일시 후 2시간 이내(매매당일 다음거래일 22시까지)에 석유제품을 보내야 한다.
한국거래소를 통해 현물이 거래되는 것은 주식을 제외하곤 석유가 처음이다.
거래소는 본래 목적이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와 경쟁촉진을 통한 유가 안정인 만큼 내년까진 이에 따른 수수료를 받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내후년부턴 석유 2만리터 당 약 7000원 수준의 수수료를 징수한다.
◇정유4社 동참 여부가 관건
다만 이번 석유현물거래가 생각처럼 원활하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당장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국내 대형 정유업체의 시장 참여의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의 혼합판매 활성화방안과 전자상거래시장을 통한 거래 시 공급가액의 0.3%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안이 발표되면 이들 정유업체들이 참여의사를 분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핵심적인 매수주체가 될 대리점과 각 개별 주유소들이 이들 정유업체와의 관계를 무릅쓰고 월 판매량의 20%를 현물 매수를 통해 마련할 지도 불확실하다.
업계에 따르면 각 주유소들은 월 판매량의 20%를 별도로 구매할 수 있지만 최초 정유사와의 계약관계 상 100% 모두를 해당 정유업체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주유소가 대부분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