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학원의 수강생모집 업무를 담당한 전화상담원이 매월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았더라도 사업주의 지휘·감독를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며 ‘지급받은 수수료’는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전기철 판사는 27일 A학원이 “퇴직 후 회원탈퇴로 인한 환불금에 따른 수수료 등을 반환하라”며 이 학원의 전화상담 업무를 담당했던 조모씨 외 22명을 상대로 낸 수수료 반환 청구소송에서 학원측의 청구를 일부만 인용해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조씨 등은 ‘(피고가) 퇴직할 경우 A학원은 수수료의 지급을 중지하고 6개월 경과 후 수수료, 회원 환불금 등에 관해 재정산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조씨는 계약 내용에 따라 A학원이 정해준 사무실 책상에서 주로 전화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고, A학원으로부터 지급받은 사원증과 명함을 사용했다. 또 인터넷 등에 게재된 A학원의 광고를 보고 문의하는 고객에게 전화상담을 통해 학원의 교육과정, 등록 등을 안내하고 등록한 학원생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 왔다.
조씨 등은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했고 매주 정기적인 회의가 있었으며 매일 업무일지를 작성해 팀장에게 제출했다.
이들은 얼마 후 A학원에서 퇴직했는데, 이후 조씨 등이 모집한 회원들이 환불을 요구했고 A학원은 이들에게 수강료를 환불했다.
그러다가 2009년 12월 학원측이 “회원들에게 환불한 부분에 대한 수수료를 반환하라”며 조씨 등을 상대로 수수료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근로자가 고정적인 기본급을 지급받은 바 없이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은 경우, 수수료는 성과급에 유사하게 전체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으로 봐야하므로 매월 지급된 수수료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씨 등은 학원이 정한 출·퇴근 시간에 구속을 받았으며 업무수행을 위해 학원이 지정한 사무실로 출근해야 했고, 학원은 조씨 등에게 업무일지를 작성하도록 했다"면서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A학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조씨 등이 A학원과 체결한 ‘수수료 등 반환 약정’ 계약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씨 등에게 퇴직 후에도 회원탈퇴로 인한 환불금에 따른 수수료 및 전화요금 등을 다시 정산해 조씨 등이 지급받은 임금에 해당하는 수수료에서 다시 상환하도록 하는 것은 이들이 퇴직한 이후 발생한 손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기업체가 근로자에게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씨 등이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았으며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한 점,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은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시간제 또는 도급제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거나 사용자인 학원 측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한 사정들에 불과하다”며 “A학원 측의 통제 및 관리의 실태 등에 비춰 위와 같은 사정을 조씨 등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지표로 삼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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