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명 노인 LH 새 가족 되던날.."노장은 살아있다"
657개 임대주택 단지서 시설관리, 인생상담도..
권도엽 국토 장관 "다른 공기업까지 확대 해 나가겠다"
2012-03-28 15:25:14 2012-03-28 18:30:16
[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실버사원 채용 프로젝트에서 무려 9.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2000명의 실버직원들이 발대식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세상에 알렸다.
 
LH는 28일 실버사원과 임대주택 관리소장 등 850여명을 초청해 '실버사원 발대식'을 개최했다.
 
실버사원들은 이날 발대식에 앞서 이미 지난 16일부터 전국 657개 임대주택 단지에 배치돼 업무를 시작했다.
 
발대식은 이들의 업무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히 일 할 기회를 주고받은 것에서 벗어나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공기업과 지원자들이 얼마나 중요한 출발을 한 것인지 공감하는 자리였다.
 
실버직원들은 LH 임대주택 51만여 가구 주민들을 최일선에서 마주하고 그동안의 연륜을 발휘해 아파트 하자보수에서 부터 인생상담까지 노익장을 발휘하게 된다.
 
비록 주5일 하루 5시간, 8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한달 급여는 60만원에 불과하지만 다시 일 할 곳을 얻었다는 의미는 시간과 돈의 중요성을 초월했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10년 1대 실버사원 채용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재정문제 등을 겪으며 정신없는 한해를 보냈던 LH가 2년 만에 2기 실버사원을 채용한 것이다.
 
이벤트성 행사로 잊힐 뻔했던 사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1만9000여명의 노인들이 취업 신청을 하는 등 반응도 뜨거웠다. 급여도 50만원에서 10만원이 올랐고 일하는 기간도 6개월에서 2개월이 더 늘어났다.
 
발대식에 참여한 김모(67.경기 광명)씨는 "처음에는 자식들이 이 나이에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것을 반대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니 며칠 안 돼 벌써부터 더 건강해 진 것 같다"며 "작지만 내가 할일이 또다시 생겼다는 게 무척 보람되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발대식에 초청된 실버직원들은 김씨처럼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노인들이 주인공이란 이지송 LH사장의 인사말에는 우렁찬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 사장은 "LH의 새가족이 된 실버사원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한편으로는 어르신들께 일자리가 얼마나 절실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자리야 말로 최고의 노인복지람 말이 있지만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실버사원을 추진한 배경은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줘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의 말처럼 이번 사업에 수많은 노인들이 몰려 경쟁했다는 자체가 노인 일자리 문제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몇대 몇의 경쟁률을 뚫고 일자리를 얻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LH의 사례와 같이 직접 실천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앞으로 가능하면 LH 뿐만 아니라 다른 공기업도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며 국토부 산하 공기업 차원의 실버 일자리 육성을 약속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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