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부실 저축은행을 싼 가격에 인수하는 것보다 우량 저축은행을 제값 주고 인수하는 것이 투자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9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 M&A 시장에서 저축은행의 매각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몸집이 가볍고 매각가가 500억~700억원대 사이의 우량저축은행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저축은행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저축은행의 부실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분위기가 있어 저축은행의 매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키움증권은 경기도 부천에 본점이 있는 삼신저축은행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삼신저축은행 지분 50.5%와 경영권을 353억원에 인수한다는 계약을 체결한 것.
올해 6월말 기준 자산 실사 후 대주주와 협의를 통해 나머지 지분을 인수한다는 계획이어서 총 500억원대 규모로 삼신저축은행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신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12.72%, 총자산 4617억원, 총여신은 3913억원으로 수도권 중소형 저축은행이다. 또한 저축은행의 부실을 초래한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당초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을 인수하려했지만 부실이 많아 쉽지 않았다”면서 “계획을 바꿔 향후 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우량이면서 몸집이 가벼운 중소형 저축은행을 제값 주고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공평학원에 인수된 경기솔로몬저축은행도 당초 850억원의 매각가를 낮춰 730억원에 매각했다. 경기솔로몬은 12월말 기준 BIS비율 14.97%, 총자산 7104억원 가운데 총 여신이 3772억원으로 건전성이 좋은 상태다.
예금보험공사가 부실을 정리해 우량 저축은행으로 태어난 가교저축은행의 매각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예보는 예솔저축은행과 예쓰저축은행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이후 예쓰와 전라도 영업권이 겹치는 예나래저축은행은 향후 매각 추이를 보고 매각시기를 결정키로 했다.
예솔은 2월말 기준 BIS비율 10.7%, 총 자산 5300억원으로, 예쓰는 BIS비율 8.6%, 총자산 4200억원으로 모두 중소형의 우량 저축은행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수도권에 지점을 가지고 있어 수도권 영업이 가능하며 저축은행 몸집을 더욱 줄여 인수 부담을 낮출 것”이라며 “최근 연체 여신 회수 등이 잘돼 예쓰의 경우 건전성 지표인 BIS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 자산 대비 여신도 적고 대부분 대손충당금을 쌓아놔서 인수한 이후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매각가는 500억~700억원대로 예상되고 있어 많은 인수자들이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은 인수한 이후 투입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서울의 한 대형 저축은행은 인수한 이후 3000억원을 더 투입할 정도로 손실이 더 많았다”면서 “시장에서는 몸집이 작으면서 알찬 저축은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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