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기대를 많이 하고 3년째 삼성SDI 전시회를 관람했는데, 전시 제품이 점점 줄고 있네요."
지난달 30일 대구에서 막을 내린 그린에너지 엑스포에 참가한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전시관을 둘러보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해
삼성SDI(006400)의 부스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 전시가 주를 이뤘다.
태양광 모듈도 일부 설치되긴 했지만, 이전만 못했다는 평가다. 재작년까지만해도 평소 보기 힘든 각양각색의 태양광 셀, 모듈 제품을 전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전시회는 그야말로 구색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태양광 사업에서 속도조절에 나선 삼성SDI의 사정이 전시회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태양광 업계가 최근 들어 삼성과 LG 그룹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성장 동력이라며 너도나도 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양대 그룹이 업황 악화를 이유로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태양광 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깊어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큰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전시회 참여도 활발하게 해야하는데, 오히려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여 태양광 사업의 성장 가능성 자체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대기업마저 힘든데,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버틸 여력이 되겠냐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씁쓸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태양광 사업이 실적 부진을 덮기 위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LG전자(066570)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일부 언론과 증권가에서는 당시 5개의 사업부를 묶은 독립사업부 가운데 태양광 사업부에서만 10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고,
LG전자(066570) 측은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않아 마치 사실처럼 굳어버렸다.
하지만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은 "LG전자의 생산규모를 감안하면 1분기에 무려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태양광 사업부에 실적 부진의 짐을 지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태양광 시장이 침체기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태양광 사업부에 쏠린 관심을 방치, 다른 사업부의 실적 부진을 덮는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삼성과 LG가 태양광 사업을 계속해서 끌고갈 의지가 있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들이 시장에 존재해야 내수 시장이 커지고, 업계의 목소리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태양광 업체에서는 삼성과 LG가 저돌적으로 시장을 이끌기를 바라는 의견이 많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투자 시기만 저울질할 게 아니라 사업 추진에 보다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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