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법적 분쟁으로까지 치달을 뻔 했던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카드 표절 논란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 논란으로 카드사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이즈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는 표절 사태를 가능한 빨리 종결시켜야 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18일 금감원과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지난달 27일 ‘삼성카드 4’와 ‘라움’이 ‘현대 제로카드’와 ‘더 블랙’을 각각 모방했다며 삼성카드에 해명을 하라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위법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급속도로 확대됐다.
게다가 삼성카드도 그룹 사내 게시판을 통해 현대카드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양사간 카드 모방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 치닫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즉각 상호 대응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은 일단락됐다.
카드사간 분쟁에 감독당국이 이례적으로 발빠르게 나선 것은 이번 사태를 신용카드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카드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카드사간 분쟁까지 일어날 경우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며 “특히, 이 같은 관심으로 카드사들의 상품에 대한 홍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즉각적으로 자재해줄 것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방 상품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시장상황에서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며 “오히려 이런 분쟁은 노이즈 마케팅의 수단이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신용카드사들 역시 비슷한 판단이다.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는 “부가서비스 혜택에 차별화를 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방이라며 신용카드사간 분쟁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일정부문 노이즈 마케팅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카드사들은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에 출시한 ‘현대 제로카드’와 지난 3월에 출시한 ‘삼성카드 4’ 등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카드 출시 이후 매출이 1~2개월 가량 증가하다가 증가세가 꺾이는 경향이 있지만, 이들 카드의 경우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다른 카드 상품 대비 컨셉이 괜찮아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카드사들이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통한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즉각적으로 모니터링 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마케팅으로 발생되는 과당경쟁에 대해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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