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당권파 "조준호, 역사의 심판 받을 것"
전국운영위 모두발언 끝나자 야유 튀어나와
2012-05-04 15:25:14 2012-05-04 15:25:33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 조준호 공동대표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나온 야유다.
 
지난 2일 진상조사위원장인 조 대표가 비례경선이 "총체적 부실·부정선거"였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격한 반발로 풀이된다.
 
통합진보당은 4일 오후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서 2차조사를 이어갈 진상조사특위 구성과 비례당선자 거취를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당원들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이정희 공동대표와, 국민만 보고 가자는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로 전선이 갈렸다.
 
이정희 대표는 무두발언에서 "참담하고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무한히 사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을 넘어 부정의 구렁텅이에 수많은 간부들이 완전히 빠졌다고 비난받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라고 진상조사위의 발표를 사실상 부정했다.
 
이 대표는 비당권파를 겨냥한 듯 "과연 누가 진보정치에 십수년을 몸바치고, 야권연대를 위해 희생한 귀한 당원들을 책상머리에서 부정행위자로 내몰 수 있냐"며 "진상조사위는 모욕을 줄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책임져야 할 것은 피하지 않는다"며 "오는 6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저 중심의 당권은 이제 없다. 저를 내려놓고 호소드린다. 즉각 총사퇴는 옳지 못하며, 비대위는 당을 장기간 표류시킬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과 당원의 명예를 지켜낼 수 있다면 몸이 가루가 돼도 후회할 일 없다"며 "이미 많은 길을 걸어와서 과거처럼 평범히 살지 못한다. 다만 아래로 내려와 땀 흘리는 노동자의 벗으로 살면 충분하다. 당의 원칙과 정신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십여초간 참관인으로 회의장을 찾은 당원들이 박수와 환호, "대표님 힘내세요"를 연호해 구 민주노동당 당권파의 세를 짐작케 했다.
 
반면 유시민 공동대표는 "원래 오늘 모두인사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왔는데, 이정희 대표님의 절절한 말씀을 듣다 보니까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유 대표는 "최근 조사위 보고서 관련 논란을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의문들이 있다"며 "저는 부정이냐 부실이냐를 떠나서, 당 비례경선이 민주주의의 일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오늘 제가 그동안 진보정치를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낀 대목이 진보정치 내부의 조직논리와 국민들 소통논리 사이의 갭"이라며 "진보당은 당원들의 자유로운 결사체이지만, 헌법과 정당법으로 뒷받침되는 공당"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공천의 과정을 비롯한 모든 정당활동은 국민들께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폐쇄적 조직논리나 내부의 상황논리 등 우리의 치부를 가리는 낡은 관성과 유산을 과감하게 척결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당이 살 길"이라고 덧붙였다.
 
조준호 공동대표는 "조사위원들과 저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조사를 했고, 그 내용이 온전하지는 않으나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만큼을 했다"며 "그리고 이 결과문에 어떠한 의견도 입장으로 달지 않았다"고 객관적으로 조사에 임했음을 분명히 했다.
 
조 대표는 "온전히 당원과 국민만 믿고 발표한 것"이라며 "우리는 국민을 믿고, 노동자·농민을 믿고, 기층대중을 믿고 우리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눈높이에서 국민이 열어주시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믿고 걸어가야 한다. 국민이 문을 닫는다면 우리는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비당권파로 통하는 공동대표들의 발언에는 아무런 박수도, 환호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조 대표의 발언 뒤에 비난이 따랐을 뿐이다.
 
한편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는 회의가 시작됐지만, 회순변경을 놓고도 좀처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이견대립을 노출하고 있는 상태여서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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