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이른바 '차명계좌' 발언으로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장외 플레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조 전 청장은 지난 9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차명계좌'의 존재를 묻는 취재진에게 "방금 검찰조사를 받고 나와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발언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4일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영부인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간부 2명이 개설한 우리은행 삼청동지점 계좌 2개에서 10억여원씩 20억원 이상이 발견됐다는 정보를 들었다"며 "이 정보는 경찰 내부가 아니라 신뢰할 만한 외부에서 얻은 정보로 당시는 물론 지금도 이 정보를 믿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조 전 청장은 이같은 진술을 검찰 조사에서도 했으나 정보의 출처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의 진술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전 청장의 '말 뒤집기'는 그가 경찰청장 취임을 앞둔 2008년 8월에 이미 시작됐다.
조 전 청장은 같은 달 1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도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고 언급한 데 대해 "당시 주간지인지 인터넷 언론 기사인지를 보고 한 말로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말은 열흘 뒤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또 바뀌었다.
당시 조 전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을)주간지 또는 인터넷을 보고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는 위원들의 집중적인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이) 보도되고 나서 기자들이 저한테 계속 물어왔기에 제가 '그런 내용이 인터넷 등에도 게재되지 않았느냐' 하는 그런 취지에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발뺌했다.
이에 대해 위원들이 "본인이 어디서 봤는가도 기억 못 하느냐"고 다그치자 답을 하지 못했다.
이어지는 '차명계좌의 출처를 대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조 전 청장이 말한 주간지 기사나 인터넷 기사를 찾기 위해 샅샅이 뒤졌지만 조 전 청장의 말을 뒷받침할 만한 기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조 전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외에도 천안함 유족들의 오열을 가리켜 "선진국 국민이 되려면 슬픔을 승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격이 높게 슬퍼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며 유족들이 "동물처럼 울부짖었다"고 표현했다가 '비하 논란'으로 곤욕을 치룬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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