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의 예상과 달리 재정 지출을 상반기에 집중하더라도 하반기 경제 성장을 낙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도 국제유가와 유로존 불안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이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을 3.9%에서 3.4%로 낮췄으며,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각각 0.2%포인트·0.3%포인트 하락한 3.5%로 전망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공포가 확산된 가운데 스페인·이탈리아 등에서 예금이 대량 인출될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 같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의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하반기로 접어드는 오는 6~7월에는 남유럽국가의 대규모 국채 만기 도래로 인해 원· 달러 환율 변동폭은 더 커져 수출 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복병으로 부각된 국제유가는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나오며 상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4일 유럽연합(EU)의 대(對)이란 제재조치에 따라 EU 국가들이 오는 7월1일부터 이란산 원유수입을 중단하고, 원유를 수입하는 운송수단에 대한 보험제공도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재도 지경부 산업자원협력실장은 "이것이 전 세계 원유수급의 불균형을 야기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이란과의 교역환경도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가 있기도 전에 고유가는 교역조건에 악영향을 미쳤다. 수출가격에 비해 수입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상품교역 조건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나빴다.
이처럼 교역조건이 나빠진 것은 석유제품과 자동차 단가는 뛰었지만 주력 제품인 반도체·화공·철강 등의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회복이 더뎌지면서 수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투자마저 꺼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업들의 설비투자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설비투자조정압력은 지난해 2008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정부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6월에 불안 변수가 잔뜩 있다"며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예의 주시하면서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정부가 재정 지출을 상반기에 집중함에 따라 하반기 경제가 회복한다고 해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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